방사청 ‘독도-이어도 함대 창설 연구’ 엉뚱한 부서에 맡겨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함정사업부 아닌 획득기획국 담당… “국회 요구 무시”

국회가 독도와 이어도 등 대한민국 영토의 끝자락을 수호할 해군력 증강을 국방부에 요구했으나 방위사업청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본보 7일자 A1면 ‘독도-이어도 함대’ 만든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방사청은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해군본부 관계자들과 함께 6일과 10일, 16일 3차례 회의를 열어 ‘중-일 해군력 증강에 대응한 중장기 해상전력 강화 방안 연구’를 방사청 획득기획국에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통상 사업별 선행연구는 방사청 사업관리본부에서 담당한다. 사업관리본부에는 해군력 개선사업을 맡고 있는 함정사업부가 별도로 있다. 국회 관계자는 “함정사업부에서 선행연구를 진행해야 앞으로 해군력 증강 사업을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다”며 “방사청이 총괄 기획부서인 획득기획국에 선행연구를 맡긴 것은 국회의 요구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실제 획득기획국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상부로부터 선행연구가 아닌 정책연구를 하라는 지침을 받았다”고 밝혔다. 선행연구는 무기를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것인 반면 정책연구는 무기가 필요한지를 먼저 살펴보는 연구다. 다시 말해 정책연구는 참고자료로 활용되지만 선행연구는 사업 추진의 시작 단계로 볼 수 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31일 정부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방사청은 영유권(독도, 이어도) 수호를 위해 해상전력 증강방안 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국방부는 추진계획을 수립해 예산을 포함한 행정적 조치를 이행한다’는 부대조건을 달았다. 그러면서 방사청의 요청예산과 무관하게 선행연구비 5억 원을 별도로 책정했다. 선행연구를 시작으로 앞으로 5년간 6조5000억 원가량을 들여 제주해군기지를 거점으로 하는 독도-이어도 함대를 창설하라는 주문이었다. 국회가 부대조건을 달아 국방 관련 특정사업을 정부가 추진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방사청이 선행연구비로 책정된 예산을 정책연구비로 전환한 셈이다.

국회 관계자는 “육군 중심의 방사청이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해군력 증강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고, 해군은 눈치만 살피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