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 출마 선언 탈북자-대북활동가, 그들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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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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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북한문제 외면… 탈북자가 국회진출해 목소리 내야”

“17대 국회 때부터 북한인권법 통과를 위해 삭발까지 했지만 18대가 끝나가는 지금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정치권이 북한지역에 대해 무관심한 결과죠. 탈북자가 직접 원내에 진출하지 않고서는 정치적 힘을 받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탈북자 1호 박사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2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자신의 출마 결심을 이렇게 말했다. 안 소장은 4·11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출마하기 위해 이달 초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등이 발족한 ‘국민생각’(가칭)에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안 소장은 한나라당 북한인권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다음 달로 예정된 국민생각 창당이 차질을 빚을 경우 한나라당 후보가 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안 소장은 “국내에 정착한 탈북자가 강원 인제군민 수에 육박하는 데다 한반도와 부속도서 전체를 영토로 하는 헌법정신에 비춰 봐도 북한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5명 정도는 나올 때가 됐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의 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이 북한 관련 입법 활동에 미온적이었고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도 2만3000명을 넘은 만큼 탈북자가 직접 정치권에 진출해 제 목소리를 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2000년 입국한 탈북자 윤태양 씨는 서울 강서을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윤 씨는 18대 총선 때 서울 강서을에 한나라당 예비후보로 등록했지만 공천에서 탈락했다. 이번에는 신생 정당인 통일당 부총재로 입후보할 예정이다. 국내 기반이 취약한 탈북자가 지역구를 직접 공략한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이 밖에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한나라당 일각에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 조명철 통일교육원장 등의 비례대표 기용설이 나오고 있다.

18대 총선 때 국민실향안보당 비례대표로 출마한 적이 있는 탈북 여성 1호 박사인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장은 “한국이 중국의 대북 영향력 확대는 우려하면서 정작 정치권은 북한을 떼어버린 채 현실 정치에 반영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국회에 이미 종북세력이 많이 포진해 있는 만큼 탈북자들이 원내에 진출하는 것은 균형 있는 의견을 반영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활동가도 탈북자의 출마 대열에 가세했다.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4·11총선 출마를 공식 발표했다. 하 대표는 “그동안 국회에서 북한인권법조차 통과시키지 못해 좌절감이 컸다”며 “북한 인권운동가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종북세력을 청산하고 정치를 개혁하기 위해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통영의 딸’ 신숙자 씨 남편인 오길남 박사를 비롯해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 등이 참석해 지지의 뜻을 나타냈다. 하 대표는 서울 관악을 예비후보로 등록할 예정이며 한나라당의 당명 교체와 쇄신이 마무리된 뒤 입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곳은 김희철 민주통합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고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출마를 준비하고 있어 북한 문제를 둘러싼 보-혁 대결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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