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로 보낸 CNK보고는 드라이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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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카메룬대사관 직원들 “사실위주 작성… 언론에 다이아 쏟아질듯 보도돼 의아”

씨앤케이(CNK)의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둘러싼 주가조작 의혹 논란에 대해 주카메룬 한국대사관에서 일했던 직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들은 2010년 12월 27일 외교통상부가 관련 보도자료를 작성할 당시 “현지에서는 드라이하게 (사실 위주로) 보고를 했다”고 전했다. 외교부가 보도자료에서 유엔 산하기구의 조사 결과라며 다이아몬드 추정매장량을 부풀리고 오덕균 CNK 대표를 미화하는 내용까지 넣은 것과는 ‘온도차’가 크다.

당시 주카메룬 대사관에서 근무했던 A 씨는 1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내가 (외교부에) 보낸 보고는 드라이하다”며 “당시 (CNK 외에) 여러 기업, 항만개발 등 사안과 함께 정리해서 올렸을 뿐”이라고 말했다. 보도자료 작성 경위에 대해서는 “그건 서울에서 만든 것이라 잘 모른다”고만 답했다. 이어 A 씨는 “당시 (다이아몬드 광산) 현지에 가려 했는데 CNK 측에서 ‘우기(雨期)여서 가기가 어려우니 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런 증언은 김은석 외교부 에너지자원대사가 현지에서 보고해온 내용과는 달리 보도자료를 부풀려 작성했다는 감사원의 판단과 맥이 닿는다. 또 당시 감사원은 현지에서 보낸 외교전문에는 추정매장량 등에 대해 ‘CNK사 자료로서’라는 표현이 있었으나 외교부는 보도자료에 이런 부분을 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증권선물위원회는 18일 “4억2000만 캐럿이라는 추정매장량은 CNK의 자체 탐사 결과이며 과장된 것”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A 씨와 함께 주카메룬 대사관에서 일했던 직원 B 씨도 동아일보 기자에게 “당시 언론에서 당장 다이아몬드가 쏟아질 것처럼 기사가 나오는 것을 보며 ‘과연 그럴까. 어떤 근거로 이런 기사를 쓰나’ 하고 의아하기는 했다”고 말했다. 보도자료 배포 이후 한국과 현지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음을 보여준다.

한편 다이아몬드 의혹의 파문이 계속되면서 외교부는 19일 사실상 공황상태에 빠졌다. 전날 증권선물위가 ‘CNK 관련 외교부의 보도자료는 허위, 과장됐다’고 발표한 데 대해 폭탄을 맞은 분위기였다. 문제가 제기된 지 1년이 지나도록 각종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데는 해명에만 급급한 외교부의 대응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안팎의 비판이 거세다.

외교부는 지난해 초 의혹이 불거진 뒤에도 6월 기존의 보도자료를 옹호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이어 지난해 9월 25일에는 국정감사 관련 설명자료에서 “환경이 열악한 아프리카에서 한국 기업의 성공사례를 만들어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외교부는 이 자료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광업컨설팅회사인 MSA의 프로젝트 기술보고서에서 CNK의 다이아몬드 개발 가능성을 ‘상당히 유망(good potential)’하다고 평가한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MSA 보고서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역암층이어서 다이아몬드 채취가 어렵다’ ‘오지에 있고 국경지대에 가까워 안전상 위험이 있다’ 등 많은 문제점이 적혀 있다. 이 보고서는 CNK가 2009년 완료했다고 주장한 환경영향평가에 대해서도 ‘국제기준에 맞지 않아 민간 환경단체가 공격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외교부 내에서는 유명환 전 장관 딸 특채 파동 당시 겪었던 외교부의 신뢰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특채 파동 때 외교부가 신뢰를 잃은 것도 사후에 외교부가 보인 안이한 인식과 태도 때문이었다”고 꼬집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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