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새 체제 과시하려다… 생중계 영결, 불안한 연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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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TV가 28일 오후 2시부터 3시간 동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결식을 생중계로 내보냈다. 이 방송은 약 25분간 김 위원장의 운구 행렬을 따라잡지 못하는 ‘방송사고’까지 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10일 김정은이 처음 주석단에 등장한 노동당 창건 기념일 열병식, 올해 9월 9일 정권수립 기념일 행사를 생중계한 바 있지만 최고지도자의 영결식을 생방송으로 내보낸 것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생방송은 돌발 상황을 막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가능하다. 예정됐던 기념행사와 달리 김 위원장의 사망 이후 체제가 완전히 안정됐다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영결식을 생중계한 것은 전 세계에 ‘김정은 체제’가 단기간에 안정됐음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조선중앙TV는 오후 2시 방송을 시작하며 ‘실황중계’라는 표현을 썼다. 이때만 해도 녹화중계일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실황중계가 반드시 생중계를 뜻하지 않는 데다 1994년 7월 19일 김일성 주석 영결식 때도 오전 10시에 시작된 행사를 2시간이 지난 뒤에야 방송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을 떠난 김 위원장의 운구차를 따라가던 방송 화면은 천리마거리를 지나간 2시 50분경부터 운구 행렬을 놓친 채 천리마거리만 한 각도로 비췄다. 급기야 장례식 상황을 전하던 아나운서의 음성도 끊긴 채 추모곡만 흘러 나왔다.

3시경에는 군중이 통제를 벗어나 운구차 주위로 몰려드는 장면이 나오자 갑자기 화면이 깨지면서 파란 화면이 나왔다가 텅 빈 거리 화면이 나왔다. 돌발 상황에 당황해 중계를 잠시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3시 7분에야 아나운서 음성이 다시 들렸고 15분부터 바뀐 화면은 천리마거리 다음 행선지인 충성다리를 비췄다. 약 25분간 방송사고가 난 셈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낮 12시 43분까지도 주민들이 평양 거리의 눈을 쓸고 있다고 보도했다”며 “영결식이 방송 시간과 같은 2시부터 시작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방송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거리에 나온 군인들의 인터뷰를 편집해 넣은 이음새가 생중계로 보기에는 어색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전재철 채널A 뉴스네트워크 팀장은 “20년 전 한국의 방송 화면을 보는 듯 수준이 떨어졌다. 카메라를 많이 동원하지 못해 화면 전환도 매끄럽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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