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지금이 주식 싸게 살 투자 기회”… 코스피 하루만에 반등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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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산업계 빠르게 안정 되찾아

“지금이 저가 매수 기회. 1000만 원 투자하세요.”

직장인 송모 씨(29)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 발표 이후 19, 20일 이틀 동안 캐피털사에서 보낸 문자메시지를 세 통이나 받았다. 모두 ‘김정일 사망 소식으로 주가가 떨어지니 서둘러 투자하라’고 권유하는 내용이었다.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이 발표된 지 이틀째인 20일 한국 경제는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다. 소폭이지만 주가가 올랐고 환율도 안정됐다. 김 위원장 사망을 새로운 기회로 보는 투자자도 적지 않았다.

○ 증권사에 투자 문의 늘어


이날 낮 12시 반 서울 영등포구 대신증권 여의도점. 점심식사를 끝낸 개인투자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주식을 사러 객장을 찾았다는 개인투자자 이모 씨(60)는 “미국·유럽 재정위기 등 주식시장이 놀랄 일이 여러 번 있었기 때문에 김정일 사망사건은 사실 큰일이 아니다”라며 “어제 오히려 주식을 사고 싶었는데 여유자금이 없어 사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직장인 최모 씨(26·여)도 “어제 주식을 샀어야 했는데 돈이 없어 못 샀다. 친구들과도 계속 주식 사는 얘기만 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강남센터 신동익 팀장은 “여유자금이 있는 VIP 고객들이 ‘낙폭이 커지면 우량주를 매수하면 어떻겠느냐’고 문의해왔다”며 “유럽 재정위기가 가시지 않아 분할매수를 권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우리은행 종로구청지점 이지호 대리는 “소규모 점포라 평소 신규 계좌 개설이나 추가 입금이 하루 한두 건 정도였는데 김정일 사망 소식이 나온 어제는 신규 가입이 2건, 추가 입금이 3건 정도 있었다”며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 기회로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 원-달러 환율 12.6원 하락


전날 김 위원장 사망 소식으로 휘청거리던 국내 금융시장은 하루 만에 안정을 되찾았다. 2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6.13포인트(0.91%) 오른 1,793.06, 코스닥지수도 12포인트(2.51%) 오른 489.61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도 전날보다 12.60원 떨어진(원화 가치는 상승) 1162.20원에 마감됐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4% 하락했다. 한국의 신용부도 위험을 반영하는 한국물 신용부도스와프(CDS)프리미엄도 전날 밤 미국 뉴욕 장외시장 거래에서 19일 고점 대비 0.04%포인트 떨어졌다.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직후 비상경영 구상에 고심했던 기업들도 금융지표가 안정을 되찾자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우리는 원유를 100% 수입하기 때문에 밤새 국제 금융시장과 유가 움직임을 점검했다”며 “글로벌 금융시장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국내 금융지표도 위기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먼 것 같다”고 평가했다. 기업들은 “외부 위험에 대한 한국 경제의 체력이 상당히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 과거 학습효과가 한몫


이 같은 분위기는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와는 사뭇 다르다. 당시에는 생활필수품 사재기가 등장했고 금융시장도 더 출렁였다. 관련 소식을 알리고 안부를 묻는 국제전화가 폭주하기도 했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김 위원장 사망은 분명 기존 사건과는 다른 중대 사안이지만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수십 년간 지속되면서 이런 종류의 악재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학습효과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원 교수는 이 같은 ‘온도차’의 이유로 김 주석 사망 당시와 현재의 북한 위상 차이를 지적했다. 전 교수는 “이미 현실 공간에서 북한은 냉철한 외교적·국제정치적 관계에서 논의되는 대상이고 국민도 북한을 실용적 현실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1994년과 달리 ‘민족적 주체성을 함께 지켜 나가기 위한 동지’라거나 무조건 두렵고 신기한 대상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국민도 큰 충격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2010년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이 124만 원으로 남한의 19분의 1 수준에 머무르는 등 남북한 경제력 차가 커지면서 남한 측의 ‘체제 자신감’이 높아진 것도 이유 중 하나로 지적된다. 김석호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국민이 1994년 당시와 달리 북한을 경쟁 내지는 적대적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며 “민주화 수준이나 경제발전 수준 등에서 봤을 때 이미 북한은 우리를 위협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1994년 당시와 지금은 북한 관련 정보의 양과 내용에 큰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 주석 사망 당시에는 북한 내부 사정이 한국 사회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사회구성원 상당수가 북한과의 전쟁을 직접 경험했거나 반공교육을 받은 이들이었다는 것. 현 교수는 “최근에는 북한 관련 소식에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노출되다 보니 오히려 관련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편”이라며 “사람들이 무조건 두려워하거나 불안해하는 대신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객관적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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