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소비 증가 속도가 인구 증가의 2배”… 부산 개발원조총회 폐막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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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주관 ‘물포럼’ 열기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는 ‘원조 받는 나라’에서 ‘원조 주는 나라’로 변모한 한국이 세계원조의 질적 전환을 꾀하는 논의의 중심에 섰음을 보여준 자리였다. 국토해양부와 환경부가 1일 마련한 ‘물과 개발 포럼’에서도 한국의 4대강 사업 경험이 큰 관심을 모았다.

박은경 물자원 대사는 “지금 물 사용 증가 속도는 인구 증가 속도의 2배”라며 “현재대로라면 2025년에는 세계 인구 18억 명이 물 부족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인구는 현재 70억 명에서 93억 명으로 늘지만 물자원은 20만 km³로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박 대사는 “이미 각국에서는 ‘모든 물은 좋은 물’이라는 슬로건이 나올 정도로 한 방울의 폐수도 아껴서 재사용하자는 운동이 일어날 만큼 물 부족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 물 공급량은 수요의 60%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인도의 경우 2010년 한 해 동안 물과 위생시설 부족으로 680억 달러(약 81조6000억 원)의 사회경제적 손실을 보았다. 한국도 2016년이 되면 9억7500만 t의 물 부족이 예상되는 ‘물 부족 국가’다.

브레넌 반다이크 유엔환경계획(UNEP) 국장도 “물 공급과 처리, 재사용 분야에서 각국의 효율적인 관리와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20년 안에 세계적인 ‘물 파산(water bankruptcy)’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렌 다이거 세계물회의(IWA) 총재는 “보건과 기아 해결, 경제발전을 병행하기 위해서는 물자원에 대한 종합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00년 유엔이 설정한 ‘빈곤퇴치를 위한 8가지 목표’에는 2015년까지 안전한 식수와 위생환경을 갖지 못한 인구 비율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내용이 포함됐으나 현실은 암울하다. 여전히 전 세계 인구 10억 명이 깨끗한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고 26억 명은 제대로 된 위생시설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식수, 위생시설 부족으로 매년 5세 이하 어린이 140만 명이 죽어가고 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도 자신의 책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 시골 마을마다 인터넷센터를 세워주는 것보다 우물을 파주는 것이 실생활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 것처럼 물 부족 해결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은 자연스럽게 한국의 4대강 사업 경험을 공유해야 한다는 논의로 이어졌다. 반다이크 국장은 “글로벌 녹색성장의 대표 사례로 한국의 4대강 사업이 있다”며 “이를 통해 수자원 확보, 홍수 관리, 생태계 보전, 지역균형발전으로 34만 개의 일자리 창출과 311억 달러의 경제유발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우효섭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은 “4대강 사업으로 13억 t의 수량 확보와 빈도상 200년 만에 한 번 올 수 있는 강수량의 홍수에도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나오유키 고바야시 일본국제협력기구(JICA) 국장도 “한국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통적으로 물 원조의 최대 공여국은 일본이다. 일본은 중국, 코스타리카, 인도 등지에서 사회간접시설 건설을 통한 유상원조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한국은 동아시아기후파트너십(EACP) 사업의 일환으로 이미 활발한 물 원조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 최초의 유·무상 결합 공적개발원조(ODA)로 중앙아시아 아제르바이잔에 810억 원을 들여 상하수망 교체와 4만 t 규모의 하수처리장을 건설하는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혜택을 받는 아제르바이잔 사람은 모두 14만 명에 달한다.

부산=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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