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여의도 三分之計… 박세일-법륜, 좌우통합 화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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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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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선거는 51대49 아닐 것”… 安風 고무된 제3세력 ‘틈새’ 아닌 ‘중원’ 노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그동안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등 보수우파의 목소리를 크게 내 왔다. 그런 박 이사장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우파와 진보좌파의 전통적 구분을 뛰어넘는 신당 창당을 주창하고 나섰다. 박 이사장을 지지하며 보수신당 창당을 주장해온 보수우파 시민단체들은 상당히 난감해하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멘토로 알려진 평화재단 이사장 법륜 스님도 최근 한나라당 민본21 소속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보수세력은 중도와 진보까지 수용할 수 있고 진보세력은 중도와 보수까지 수용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3신당을 만들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두 사람 모두 보수우파와 진보좌파의 틀을 넘어서는 통합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이는 내년 총선과 대선이 51 대 49의 박빙 선거가 아닐 것이라는 공통적인 인식에서 시작된다.

박 이사장은 “국민의 75% 지지를 받는 정당을 지향한다”며 장기표 녹색사회민주당 대표와 이석연 변호사 등 좌우 성향의 인사와 함께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 한나라당 소속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물론이고 민주당 손학규 대표도 함께할 인사로 언급하고 있다.

법륜 스님도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려면 다수의 지지를 받아야지 49 대 51의 정부로는 안 된다”며 “진보 보수의 경쟁이나 여야의 경쟁으로 접근하면 할수록 젊은이들에게 외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기존 정당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워낙 크기 때문에 이념이 아닌 국민 통합을 기치로 내세워 신당을 창당할 경우 커다란 중원을 차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여권의 한 인사는 “좌우가 아닌 중원의 세력이 커진 데다 그 중원이 과거에 부동층에 머물러 있었다면 지금은 기존 정당을 넘는 하나의 세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내년 총선에서 어느 정당의 후보를 찍겠느냐’는 질문에 한나라당(23.4%)과 민주당(16%) 지지가 약 40%에 불과한 반면 안철수 신당 36.2%, 무응답 24.4% 등 양당을 지지하지 않는 층이 60%에 이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역대 선거에서 제3의 정치세력이 대선에서 당선권에 들거나 총선에서 1당을 위협한 적은 없다. 처음에는 돌풍을 일으키다가도 결국 양대 정당과 그 후보들로 양분되는 경우가 많았다. 14대 대선 때 무소속 박찬종 후보, 15대 대선 때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는 한때 지지율 1위를 달리기도 했지만 각각 151만 표(6.4%), 492만 표(19.2%)를 얻는 데 그쳤다.

그러나 과거 3김 시대에는 지역구도, 그 이후에는 이념구도가 명확했지만 지금은 2040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이 크기 때문에 중도층을 세력화하기에 좋은 풍토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무소속인 박원순 후보가 1차 경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본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물리친 것이 단적인 예라는 설명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중도층은 기본적으로 바람에 약한데 지금의 바람은 여야,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어 정치의 본질을 바꾸라는 변화의 바람”이라며 “중도층에 기반을 두고 양측으로 세력을 확장시키는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3의 정치세력이 기존 정당을 위협할 정도의 파괴력을 보일지에 회의를 갖는 시각도 적지 않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대치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한나라당과 민주당 세력의 이념적 간극이 예전보다 더 커지고 있고, 국민들의 계급적 이해관계 폭도 커지고 있어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정당의 출현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기존 정당에 대한 국민 불만이 큰 것과 그들이 새로운 정당에 흡수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우리나라 정당 자체가 (이념 성향이 뚜렷한 계급 정당이 아니라) 백화점식 거대 정당이고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당 구도 역시 예전보다 약해졌다는 것일 뿐 여전히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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