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人의 ‘국군 소녀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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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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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외 의장행사 3000회 치른 국방부 여군의장대

11일 서울 용산구 용산동 전쟁기념관 앞 광장에서 열린 정례의장행사에서 국방부 여군의장대원들이 M-16 소총으로 제식동작을 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11일 서울 용산구 용산동 전쟁기념관 앞 광장에서 열린 정례의장행사에서 국방부 여군의장대원들이 M-16 소총으로 제식동작을 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국군의 소녀시대’로 불리는 국방부 여군의장대가 올해로 대외행사 3000회를 맞았다.

1989년 창설된 육군 부사관 여군의장소대는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여군의장대다. 대통령 이·취임식, 국빈 환영행사, 국군의 날 행사 등에서 총 던지기, 깃발 흔들기 등 육해공군 의장대와 함께 의장행사를 담당한다.

인원은 13명. 중사 4명과 하사 9명으로 구성돼 있다. 4∼6월과 10∼11월에는 매주 전쟁기념관(금요일)과 청와대 앞 분수광장, 국립서울현충원(토요일)에서 정례의장행사를 연다. 여군의장대는 부사관 교육생 시절 선발된다. 키 165∼173cm, 몸무게 50∼62kg로 신체조건이 다소 까다롭다. 목총 돌리기 등 기본교육을 3개월 받아야 한다.

이들의 내무실에는 대형 거울이 걸려 있다. 늘 복장을 갖추고 연습을 하기 위해서다.

“눈은 총이 아닌 정면을 바라봐야 합니다. 따라서 감(感)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1년 이상 해야 ‘각’이 제대로 나오죠. 하늘에 띄운 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손목 부상도 잦습니다.”(최윤애 중사·28)

폭염이나 눈 비 등 궂은 날씨에도 절도 있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이 때문에 체력단련은 필수다. 김민지 중사(25)는 “수영 요가 아령 등으로 단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화문 하사(23)는 중고교 시절 소프트볼 투수였고, 김옥주 하사(23)는 2004, 2005년 전국체전에 창던지기 선수로 참가했다.

의장대는 계속 새로운 동작을 요구한다. 끊임없는 연습은 필수다. 이승미 하사(22)는 “올해 상반기 3개월 동안 집중훈련을 받아 모든 동작을 다 외웠는데, 후반기에 동작이 바뀌었다”며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김옥주 하사(23)는 “첫 행사 때는 너무 떨려서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없다”며 “꿈에서도 목총을 돌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

훈련이 힘들지만 부사관들 사이에선 인기가 좋다고 한다. 김하나 하사(26)는 “어릴 때부터 장래 희망이 군인이었다. 군에서도 색다른 분야에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허리정 중사(25)는 “국군을 대표하는 얼굴로 선발됐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진다”고 말했다.

이들의 병과는 모두 보병이다. 5, 6년 정도 의장대에서 근무한 뒤 전방 보병부대에 배속된다. 유안미 하사(21)는 “군기는 남들 생각보다 세지 않지만 야전보다 절대 편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에스더 하사(26)는 “어제도 전투준비태세 훈련을 했다”며 “군복과 행사복을 모두 착용하기 때문에 두 배로 바쁘지만 두 배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여군의장대는 연간 150회 정도 행사에 참가해 하루 서너 차례 행사장을 돌 때도 있다. 황보름 하사(20)는 “시민의 박수에 힘이 솟는다”고 말했다. 소대장 서민주 중사(31)는 “2007년 한국-터키 친선 50주년 기념행사로 앙카라에서 열었던 행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해외에서 한국군을 알리는 데 더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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