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FTA서명식 참석한 황원균 전 한인회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8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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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균 전 북버지니아주 한인회장. 워싱턴=최영해특파원 yhchoi65@donga.com
황원균 전 북버지니아주 한인회장. 워싱턴=최영해특파원 yhchoi65@donga.com
"한인마트를 찾은 외국인들에게 한미FTA가 되면 식료품 가격이 10% 가량 떨어질 거라고 얘기하고 서명을 받았습니다. 2년 동안 2200여명으로부터 한미FTA 지지 서명을 받는 게 쉬운 일은 아니더군요."

황원균(56·사진) 전 북버지니아주 한인회장은 27일 기자와 만나 2009년 11월 비엔나 소재 한식당 우래옥에서 한미FTA 미 의회 비준 버지니아주 준비위원회를 발족할 당시를 회고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창준 전 연방하원의원과 함께 한미FTA 의회비준준비 공동위원장을 맡으며 풀뿌리 운동을 주도한 황 전 회장은 공로를 인정받아 21일 백악관 오벌 오피스(대통령집무실)에서 열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한미FTA 이행법 서명식을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백악관은 한국 측 인사로는 한덕수 주미대사와 황 전 회장을 서명식에 초청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한 첫날인 11일 백악관 당국자로부터 '오바마 대통령의 한미FTA 이행법 서명식에 참석할 민간 인사 5명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들의 인적사항을 e메일로 제출했다. 하지만 막판에 참석 인원이 대폭 줄어들면서 황 전 회장만 서명식에 참석해 달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황 전 회장은 "처음에는 1만 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을 생각이었다"며 "한인 식품점인 H마트에서 서명을 받는 2009년 11월 워싱턴 일대에 갑자기 폭설이 내린 것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고 말했다.

"모두 직업을 갖고 있는 10여명의 준비위원들이 모여 하루 종일 서명운동을 벌이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습니다. 한인들 뿐 아니라 미국인과 중국인 히스패닉 계 등 외국인들로부터도 지지 서명을 받았습니다."

서명 작업은 생각처럼 간단치는 않았다. 한 사람에게 서명을 받기 위해 많은 얘기를 해야 했다. 처음엔 누구도 환영하지 않았다. 황 전 회장은 "서명을 받는 게 마치 동냥하는 것 같았다"며 당시 힘들었던 상황을 회고했다.

한 미국인은 "내가 왜 한미FTA 이행법안에 서명해야 하는지 설득을 해 보라"고 했고, 황 전 회장은 "미국의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 한미FTA"라며 소매를 붙잡고 설득했다.

그는 "미국이 정 팔게 없으면 한국에 물을 수출해도 된다"며 "버지니아 사람들에게는 버지니아산 와인을 한국에 팔 수 있다"고 했다. 서명자 가운데 10%는 미국인과 중국인 히스패닉계 등 외국인이었다.

황 전 회장은 "민주당과 공화당 상, 하원 의원들에게 한미FTA 비준을 촉구하는 편지 보내기 운동도 병행했다"며 "한미FTA를 지지해달라고 부탁한 의원들의 후원행사에는 빠짐없이 참석해 후원금을 내면서 우리 편으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적게는 250달러에서 많게는 연간 법정 한도인 2400달러까지 의원들에게 후원금을 냈다. 미 의원들은 펀드레이징을 도와줘야 움직이고 미국에 이익이 되지 않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버지니아 주의 집 웹 연방 상원의원과 존 워너 연방 상원의원 존 커넬리 연방 하원의원을 모두 설득해 한국 편으로 만들었다.

짐 모렐 버지니아주 연방 하원의원은 "한미FTA는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처음엔 반대했지만 버지니아 주에서 한국에 팔 수 있는 물건이 많다고 설득해 결국 지지를 이끌어냈다. 그는 올 5월엔 밥 맥도넬 버지니아주지사와 함께 버지니아 산 와인을 들고 한국을 방문해 시장조사를 함께 하기도 했다.

7월엔 미 의회 하원빌딩인 캐논빌딩 앞에서 뉴욕과 보스턴 텍사스 캘리포니아에서 자비를 들여 의원들에게 한미FTA 비준을 촉구하는 풀뿌리 운동에 김동석 뉴욕한인유권자센터 소장과 함께 적극 간여했다.

주말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대형마트 뿐 아니라 교회와 성당 등도 집중 공략대상이었다.
그는 한미FTA가 미국에서 정치적인 문제로 비준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불거진 천정배 의원의 '더 힐' 기고문을 보고 "한마디로 어이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황 전 회장은 "미국이 부채한도 협상에 온통 매달려 있어 올해를 넘기면 한미FTA 의회 비준은 물 건너 갈 상황이었다"며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천 의원이 한미FTA를 반대하는 글을 의회 소식지에 기고한 것은 마치 대학생이 데모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냐. 당시 풀뿌리 운동을 하던 많은 한인들이 분노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황 전 회장은 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천 의원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미국은 4년 동안 한미FTA를 연구해왔습니다. 이번에 속전속결로 한미FTA가 의회에서 비준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동안 정치 때문에 발이 묶여 한 발짝도 못 나간 것이지 오랫동안 준비해 온 것입니다."

황 전 회장은 여야 정치권의 이견으로 아직도 한국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한미FTA에 쓴 소리를 했다.

"한 교포가 저에게 국회의장 이메일 주소를 가르쳐주면서 이제 한국 국회에 FTA 비준을 촉구하는 운동을 벌이자고 제안했습니다. 미국 교포들이 한미FTA의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야당에서 한미FTA의 부정적인 측면만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왜곡된 정치"라며 "마치 말에게 옆을 보지 못하도록 시야를 가리는 '블라인드'를 씌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미 의회의 한미 FTA 비준을 촉구하기 위해 그동안 한미 FTA가 가져올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많이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10개를 가진 사람과 20개를 가진 사람이 서로 섞어 교역을 하면 누가 이익을 볼까요? 당연히 10개를 가진 사람에게 이득입니다. 한미FTA는 한국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게임입니다."

그러면서 한미FTA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한국 농가에 대해선 발상의 전환을 당부했다.
"미국에선 유기농 농산물을 따로 파는 '홀푸드(Whole Food)'라는 고급 식료품점이 있습니다. 미국 사람들에게 한국 배를 선물한 적이 있는데 어디서 샀느냐고 묻더군요. 미국 배와는 비교가 안 되는 높은 당도를 맛보고 미국인들이 놀랐습니다. 알이 작은 미국 포도만 먹다가 새까맣게 영글고 알이 굵은 한국 포도를 먹어보고 '원더풀'이라는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개량 현미를 팔수도 있고 고구마도 수출할 수 있어요. 고급 한우도 미국시장에 선보이면 비싼 값에 팔 수 있습니다."

그는 한미FTA가 되면 전문직에 종사하는 한인 1.5세대와 2세대의 한국 진출이 보다 쉬워질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 젊은이들이 미국에 들어오기 쉬운 것과 마찬가지로 변호사와 의사 등 미국의 전문직 종사자들도 한국에 쉽게 진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국을 떠나 미국에 정착한 교포들은 미국에서 많이 공부한 자식들이 한국으로 돌아가 한국 사회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합니다."
황 전 회장은 "오바마 대통령 서명식 때 참석자 명단을 추천해달라고 해서 마이클 권 준비위원회 수석 부회장과 이재인 수석 부회장, 김동석 뉴욕한인유권자센터 소장, 김성인 보스턴한인회장 등을 추천했는데 백악관이 참석 인원을 줄이는 바람에 저만 참석하게 돼 송구스럽다"며 "한미FTA를 위해 같이 애쓴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무역업을 하다 1986년 1월 미국에 발을 디딘 황 전 회장은 식품과 곡물 주류 등을 한국에서 수입해 미국에 파는 중소 무역업을 하고 있다. 그는 취업박람회를 지원하고 한국 문화의 밤 행사를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아 26일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대통령 석류훈장을 받았다.

워싱턴=최영해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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