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시장 불출마]안철수 대선 직행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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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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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 야권 보선승리땐 일등공신… 져도 ‘러브콜’ 더 간절해져

눈물 흘리는 박경철 씨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오른쪽)이 6일 울먹이는 ‘시골의사’ 박경철 씨를 포옹하고 있다. 안 원장 지지자인 박 씨는 이날 안 원장의 서울시장 후보 양보가 못내 아쉬운 듯 눈물을 흘렸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눈물 흘리는 박경철 씨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오른쪽)이 6일 울먹이는 ‘시골의사’ 박경철 씨를 포옹하고 있다. 안 원장 지지자인 박 씨는 이날 안 원장의 서울시장 후보 양보가 못내 아쉬운 듯 눈물을 흘렸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6일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며 “본업인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밝혔지만 그의 정치 행보는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는 관측이 강하게 나온다.

○ 안철수 대선 합류?


정치권에선 이날 본인의 의지가 있든 없든 안 원장은 내년 대선 정국에 몸을 싣게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와의 단일화 합의도 이른바 ‘박원순 서울시장+안철수 대선 후보’ 프로그램의 일환이 아니냐는 것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기성 정치인을 무력하게 만든 압도적 지지율을 뒤로 하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이미 정치적 목표를 서울시장이 아니라 내년 대선으로 상향 조정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안 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런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제가 아닌 사회를 먼저 생각하고 살아가는 정직하고 성실한 삶으로 보답하겠다”고 밝힌 것은 공직에 대한 도전 의사를 특유의 안철수식 화법으로 표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안 원장은 최근 자신에게 쏟아진 관심과 열정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지는 않았다. 그는 회견에서 “제게 보여준 기대 역시 우리 사회의 리더십에 대한 변화 열망이 저를 통해 표현된 것으로 여긴다”며 어떤 식으로든 정치권의 개혁과 혁신적 정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단 안 원장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정국에서 한두 발짝 떨어져 상황을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인 서울대 교수 신분상 범야권 단일 후보가 결정되더라도 선거대책위원장 등 선거운동에 직접 개입하긴 어렵지만 간접적인 방식으로 선거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장 정치에 대한 경험이 없는 안 원장이 서울시장 선거를 유권자가 아닌 ‘범야권 단일 후보감의 산파’라는 정치적 신분에서 치밀하게 관찰하고 학습하며 차분히 ‘서울시장 선거 이후’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삼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권의 다른 핵심 관계자는 “안 원장에게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향후 정치 행보를 위한 ‘꽃놀이패’가 될 것”이라면서 “범야권이 승리하면 당연히 좋고, 패배해도 ‘결국 안철수가 필요했다’는 논의가 확산되며 즉시 차기 범야권 대선 후보군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안 원장은 이미 정치인으로서 첫발을 내디뎠다고 보면 된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 원장의 지지를 뒷받침으로 박원순 변호사가 당선된다면 새로운 정파가 탄생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안 원장은 부인하고 있으나 서울시장 선거 이후 안 원장과 박 변호사를 주축으로 하는 제3정당 창당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은 그래서 나온다.

○ 조국, “안철수의 쓰임은 또 있을 것”

특히 안 원장이 압도적 지지율이라는 일종의 ‘기득권’을 과감히 던진 만큼 그를 놓고 형성됐던 ‘정치적 팬덤’(Fandom·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현상)과 시너지를 이루면서 대선판 ‘안철수 신드롬’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단일화 합의 후 조국 서울대 교수는 트위터에서 “우월한 지지도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교수 양보. 큰 박수를 보낸다. 이분의 쓰임은 또 있을 것”이라며 “이번 선거를 계기로 정치판이 바뀔 조짐이다. 통 큰 단결로 서울시장 선거와 총선, 대선을 맞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불출마 배경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뭔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지만 어쨌든 ‘절대적 1위’로서 가진 것을 버렸다는 사실은 안 원장에게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해 정몽준 전 대표, 민주당 손학규 대표, 정동영 최고위원,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야 대선 주자 진영은 갑작스러운 ‘안철수 변수’의 향방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물론 안 원장은 이번 불출마 파동을 거치며 ‘정치인’으로서는 한계를 드러냈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애초부터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정치판에 어울리는 인물이 아니었음을 스스로 확인시켰다는 것이다. ‘컴퓨터 의사’의 서울시장 도전사는 ‘5일천하’로 끝났다. 하지만 그가 정치권, 한국 사회 전반에 던진 충격파의 여진은 내년 대선까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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