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발효 한달]수출 날개단 中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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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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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만에 다시 온 獨바이어 “이 가격이면 사겠소”

“이 전구로 유럽 밝힙니다” 1일 경기 의정부시 용현산업단지의 에스티와이드 직원들은 휴가도 잊고 유럽시장에 수출할 샘플제품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었다. 위에 있는 조명기도 유럽 수출용으로 만든 LED 전구다. 왼쪽부터 이강우 사장, 김랑기 기술연구소장, 서범준 부장, 박현준 차장, 정재원 팀장, 박우제 대리. 의정부=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이 전구로 유럽 밝힙니다” 1일 경기 의정부시 용현산업단지의 에스티와이드 직원들은 휴가도 잊고 유럽시장에 수출할 샘플제품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었다. 위에 있는 조명기도 유럽 수출용으로 만든 LED 전구다. 왼쪽부터 이강우 사장, 김랑기 기술연구소장, 서범준 부장, 박현준 차장, 정재원 팀장, 박우제 대리. 의정부=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 1일 찾아간 경기 의정부시 용현산업단지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기기 업체 ‘에스티와이드’는 분주했다. 연매출 12억 원에 총직원 8명뿐인 조그마한 기업이지만 유럽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은 독일로 수출할 샘플 제품을 최종 테스트하는 날이었다. 직원들은 막 공장에서 가져온 둥근 조명기기를 이리저리 돌려보면서 불량품이 아닌지 꼼꼼히 확인했다. 제품은 갈색 박스에 포장돼 차곡차곡 쌓였다. 이강우 사장(54)은 “1년 전만 해도 유럽 수출은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
○ 2010년 6월, 머뭇거리던 유럽 바이어

“제품은 마음에 드는데…. 일단 한번 찾아가겠습니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정식 서명을 앞둔 지난해 6월, ‘큰 손님’이 에스티와이드를 방문했다. ‘LED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독일 회사 바이어 슈잘레이 하네스 씨(40)였다. 그는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LED 전시회를 보러 왔다가 에스티와이드의 제품을 눈여겨보고 직접 찾았다.

바이어의 방문에 사장부터 기술연구소장까지 초긴장 상태였다. 잘하면 직원 8명이 똘똘 뭉쳐 유럽 진출의 첫 단추를 끼울 수 있었다. 이 사장은 “지난 3년간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 유럽 국가들을 찾아다니며 발품을 팔았지만 아무런 소득도 없었던 때가 생각났다”고 말했다.

제품을 보여 달라는 바이어 앞에 간판제품인 ‘다운라이트’를 내놓았다. 천장에 설치하는 이 둥근 조명기기는 빛이 은은하고 일반 형광등보다 전기요금도 40% 정도 줄일 수 있다. 오랜 연구 끝에 전류를 변환하는 별도의 컨버터를 없애 부품 값도 1만 원 낮출 수 있었다. 특허출원을 마치고 유럽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유럽CE 인증까지 모두 받아놓은 상황이었다. 김랑기 기술연구소장은 “우리가 만드는 제품 11개 모두 유럽 인증을 획득했을 만큼 품질은 자신 있었기 때문에 바이어 앞에 야심 차게 제품을 내놨다”고 말했다.

“가격이 좀 문제네요.” 물건을 만지작거리던 바이어가 입을 열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제품이 마음에 들어 유럽시장에 소개는 하고 싶은데 중국 제품보다 2배 이상 비싸니 이걸 어떡해야 할지….” 가격을 낮춰달라는 요구였지만 무리였다. 한 발짝도 협상이 진전되지 못한 상태에서 바이어는 다시 독일로 돌아갔다.

○ FTA 발효 1주일 앞두고 “샘플 보자”

“빨리 미팅합시다. 당장 샘플부터 만들어주세요.”

한-EU FTA 발효를 1주일 앞둔 올해 6월, 바이어 하네스 씨가 다시 연락을 해왔다. 이 사장과 하네스 씨는 일산 킨텍스 LED 전시회장 근처 호텔에서 만났다. 이 사장이 지난해 제시했던 가격을 고수했지만 하네스 씨는 “올해는 충분히 경쟁이 될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저번에 보여줬던 그 제품들 유럽에 판매하면 승산 있습니다. 일단 샘플을 보내주세요. 계약을 기대해도 좋습니다.”

만감이 교차했다. 그동안 이 회사의 LED 제품은 값싼 중국산과 품질을 알아주는 독일 제품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였다. 일부 유럽 바이어는 “중국산은 싼 맛에 쓰고 독일산은 브랜드나 품질 때문에 쓴다지만 한국 제품은 어중간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7월 1일 한-EU FTA 발효로 그동안 LED제품에 붙던 4.7%의 관세가 없어져 독일 제품의 75% 수준으로까지 가격을 맞출 수 있었다. 중국산보다 조금 비싸지만 품질은 독일 제품과 맞먹는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이 사장은 “대기업이 한 달 걸린다면 우리는 1주일 안에 바이어가 원하는 제품을 설계부터 제작까지 다할 수 있다”며 “현재 슬로바키아에도 샘플을 보내 정식 주문을 앞둔 상황이며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 유럽 국가와 수출계약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 “빼앗겼던 시장을 되찾는 것 같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에 본사를 둔 SH에너지화학도 한껏 들뜬 분위기다. 쌀알 모양의 스티로폼 재료를 주로 만드는 이 중소기업의 연 매출은 1300억 원가량. 매출액의 절반 정도를 수출로 벌어들이는 SH에너지화학은 올해 6월 폴란드 업체와 17만 달러(약 1억7900만 원) 규모의 계약을 성사했다.

이 회사에서 유럽 수출을 담당하는 정장식 과장은 “그리 큰 금액은 아니지만 중국에 빼앗겼던 유럽 시장을 되찾아온다는 상징성 때문에 직원들 모두 기뻐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만드는 스티로폼 원료는 보통 1t에 1600달러 수준이지만 중국산은 100달러 정도 싸다. 자연스레 시장에서 “아무리 한국 제품이어도 이 가격에는 힘들다”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FTA 덕에 이 제품에 붙던 6.5%의 관세가 1년 내에 4.8%로 줄어든다. 4년 안에는 전부 사라진다. 계약을 하던 날 폴란드 바이어는 “아직까지는 값싼 중국산이 대세이지만 앞으로 한국산 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업체는 전체 매출의 2∼3%가 유럽시장에서 일어나지만 앞으로 15%까지 늘릴 계획이다. 폴란드는 물론 체코와 독일, 스위스 시장으로도 더 적극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의정부=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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