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도 경쟁시대… 得될까 失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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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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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 이상이면 어디든…” 복수노조 설립 오늘부터 자유화

1일부터 한 사업장에 두 개 이상의 노동조합 설립이 가능한 복수노조 시대가 열린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노조 설립에 제한을 두지 않았지만 국내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그동안 1사 1노조만 허용해 왔다.

이에 따라 기존 노조의 독점적 지위가 사라지고 노조 간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노조 활동이 더욱 투명해지고 사업주에 대한 견제의 폭이 넓어지는 긍정적 효과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각 사업장에서는 대우증권 등 금융권을 중심으로 복수노조 설립 움직임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하지만 복수노조제 시행으로 누가 대표교섭자가 되는지에 대한 협상을 놓고 각 사업장 노조마다 상당한 갈등도 일 것으로 보인다. 또 이른바 무노조 사업장으로 분류되는 삼성 등 대기업에 노조가 생길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30일 복수노조 및 교섭창구 단일화 정착을 위해 현장 컨설팅을 실시하고 노동위원회의 관련 업무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복수노조 무력화 시도나 창구단일화와 관련한 불법 행위에 대해 노사를 막론하고 엄중 조치하기로 했다.

이채필 고용부 장관은 이날 “복수노조제 도입으로 한국도 세계표준에 부합하는 선진 노사관계를 갖추게 됐다”며 “제도 연착륙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금융권 ‘잰걸음’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우증권 일부 직원이 기존 노조에 반발해 1일 고용부에 대우증권 지점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설립필증이 나오는 기간은 약 3, 4일. 직원들은 필증을 받는 대로 지점노조를 공식 출범시킬 계획이다. 예상 조합원 수는 초기 300명가량으로 향후 1000명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우증권 지점노조 출범은 “기존 노조가 (본사 중심이라) 지점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불만에서 비롯됐다. 대우증권의 기존 노조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이다. 새 지점노조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가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증권 외에 일부 시중은행에서도 지점을 중심으로 한 복수노조 설립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 LG 한화 등 기존 노조가 강한 대기업에서는 아직 특별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복수노조 출현은 시간문제라는 시각도 상당수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노조 자산이 1000억 원대에 이르고 현 노조와 노선을 달리하는 조합원이 많아 어떤 형태로든 복수노조가 출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만 현대차는 지부장 선거가 9월에 실시되기 때문에 선거 이후에 낙선자들을 중심으로 구체적 움직임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 ‘무노조’ 대기업 긴장

삼성그룹 등 이른바 사실상 무노조 대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대 노총은 지난해부터 “삼성, 포스코에 노조를 만들겠다”며 공언을 한 상태. 양대 노총은 내부적으로 삼성 등에 노조를 설립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들었다. 삼성그룹의 경우 78개 계열사 가운데 삼성생명 삼성증권 삼성화재 등 7개사에 노조가 있지만 조합원이 10명 안팎인 사실상 ‘휴면 노조’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전자 등 주력 계열사에는 노조가 생길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다만 노동단체들이 삼성에 노조를 만들기 위한 외부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 역시 한국노총 소속 노조가 있지만 세력이 약해 사실상 무노조 사업장으로 꼽힌다. 조합원도 13명에 불과하다. 천영운 노조위원장은 “조합원이 많고 적고를 떠나 회사가 단협 내용을 지켜주느냐가 문제인데 경영진과 노조가 지금까지 의견 충돌을 한 일이 없다”며 “현재 노조에 대해 불만이 있는 근로자들이 있겠지만 그들이 지지나 동조를 받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포스코 측은 “또 다른 노조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노사 신뢰를 바탕으로 소통하면 문제될 게 없을 것”이라는 견해다.

○ 불법행위 ‘엄중 조치’


복수노조 허용과 함께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도 도입된다. 여러 노조 가운데 대표노조가 사용자와의 교섭을 맡는 것이다. 창구 단일화는 노조 간 자율적으로 결정하되 노조끼리 협의가 안 되면 해당 사업장 조합원의 과반수가 가입한 노조가 맡는다.

고용부는 노조 난립에 따른 폐해를 막기 위해 교섭창구 단일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 하지만 노동계는 “소수 노조의 교섭권을 제약하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어 향후 임금·단체협상 때마다 이 문제가 갈등의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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