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법원 “국세청, 종부세 더 걷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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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이후 재산세에 이중과세”

정부가 2009년 이후 징수한 종합부동산세 일부가 이중과세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종부세 산정의 기준이 되는 ‘종합부동산세법 시행규칙’이 이중과세로 이어진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진창수)는 KT 한국전력 신세계 우리은행 농협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25개 기업이 각 관할지역 세무서장을 상대로 “종부세가 재산세에 이중으로 부과됐다”며 제기한 종부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KT 36억여 원,한전 28억여 원,삼성테스코 15억여 원 등 25개 기업이 180억여 원(농어촌특별세 포함)을 돌려받게 된다.

재판부는 “국세청이 종부세 재산세액 산정 계산방식으로 삼은 종부세법 시행규칙을 그대로 적용해 종부세를 부과할 경우 공제돼야 할 재산세액 일부가 공제되지 않고 또다시 종부세가 부과된다”고 판단했다.
▼ “대법 확정땐 20억 부동산 소유자 300만원 환급” ▼

즉, 종부세 과세 대상에 부과된 재산세액 중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적용된 만큼만 공제되고 이 비율이 적용되지 않은 나머지 부분은 공제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본 것이다.

종부세는 공시가격이 일정 기준을 넘을 경우 초과분에 한해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곱해 과세표준액을 산출하고 이후 종부세액에서 초과분에 해당하는 재산세액을 공제해주는 구조다. 법원과 국세청의 견해차는 종부세 대상이 되는 재산 세액을 어떻게 계산할 것인가에서 갈렸다. 법원은 국세청 방식대로라면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적용된 만큼만 공제돼 현행법상 20%에 해당하는 재산세액을 더 냈다고 판단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인 과세표준액을 산출할 때 사용하는 공시가격 비율로 현재 80%를 적용하고 있다.

법원이 그동안 종부세 산정의 토대가 돼 온 시행규칙에 따라 세액을 결정할 경우 이중과세로 이어진다고 판단함에 따라 유사한 취지의 종부세 부과취소 소송 등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 측은 “법원의 판단대로라면 공제할 재산세가액이 종부세액에 육박해 납부 세금이 아예 없어질 수도 있다”며 “즉각 고등법원에 항소했다”고 밝혔다. 또 “이번 판결은 규정이 상위법에 저촉된다고 판결한 것”이라며 “정부로서는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현행 규정을 이행할 수밖에 없다”고 밝혀 향후 상급심 진행 과정에서 조세불복 등의 저항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세청이 내세운 과세 논리에도 타당성이 있다는 지적이 많아 향후 상급 법원에서 치열한 법정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법원의 판결로 일반 개인주택과 토지 소유자가 체감하는 환급 혜택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업계는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20억여 원의 부동산 소유자일 경우 재산세 공제로 1인당 300만 원 정도를 환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종부세 고지세액은 1조2000억여 원에 이른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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