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北 귀환]천안함 언급도 없이… 김정일 “6자회담 조기 재개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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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세 완화 희망”… 후진타오와 회담후 어제 北으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7일간의 방중 일정을 마치고 26일 베이징(北京)을 떠나 북한으로 향했다. 김 위원장은 25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한반도 정세 완화를 희망하고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견지해 갈 것이며,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주장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북한의 경제 개발을 위해 한국 등 주변국과의 안정을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이 남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 한국 정부가 요구한 천안함 폭침 사태에 대한 사과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행동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신화통신과 조선중앙통신에 발표된 김 위원장의 방중 수행원 명단에서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지목된 김정은은 보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후 주석과의 회담에서 “북한은 지금 경제 건설에 집중하고 있어서 주변 환경의 안정이 매우 필요하며 한반도의 국면 완화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천안함 사건으로 인한 남북 교류 중단 등 한국 정부의 ‘5·24제재’ 조치의 충격이 있으며 이에 대한 완화가 필요함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어 “북한은 조선반도의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고 가급적 빨리 6자회담이 재개되기를 주장한다”며 “북남 관계의 개선에 대해서도 성의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북한은 6자회담의 재개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중국이 한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후 주석은 “북한이 한반도의 정세 완화에 노력하고 외부환경 개선에 노력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비핵화를 위해 관련국들이 냉정을 유지하고 서로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 따른 장애를 제거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도 이날 김 위원장이 후 주석과 6자회담 재개에 대한 의견 일치를 이뤘다고 보도했다. 20일 김 위원장이 중국을 전격 방문한 이후 줄곧 침묵하던 북한이 처음으로 내놓은 방중 내용 발표다.
▼ 北, 비핵화 진정성 있는 행동계획은 안밝혀 ▼

○ 양국의 교류 강화 선언 ‘재탕’


김 위원장은 이번 방문 기간 중 중국 측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9명 가운데 8명을 면담하는 등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후 주석은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이번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으로 양국의 우의가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며 빈번한 교류는 한반도의 평화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후 주석은 △고위층 교류 △당과 국가 경험 교류 △합작 강화로 양국 국민 복리 증진 △문화교육 체육 등 교류 강화 △국제 및 지역정세와 주요 문제 교류강화 등 다방면에 걸친 교류 강화도 희망했다. 이는 지난해 두 차례 김 위원장의 방중 후의 발표에도 거의 똑같았다.

25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김 위원장과 가진 별도의 회담에서 “양국 우의를 공고하게 발전시키는 것은 중국 당과 정부의 흔들림 없는 원칙이고 양국과 양국 국민의 근본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원 총리는 “1991년 10월 김일성 주석의 장쑤(江蘇) 성 방문 시 그를 동행했던 일들이 눈앞에 삼삼하다”며 이번 김 위원장의 방문 여정이 20년 전의 김 주석과 같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신화통신은 김 위원장이 후 주석에게 재차 북한을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후 주석은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 7일 간 방중 마치고 귀국


25일 인민대회당에서 후 주석 등과 정상회담을 가진 김 위원장은 26일 오전에는 리커창(李克强) 상무부총리의 안내로 중국의 실리콘밸리인 중관춘(中關村)을 찾아 정보통신업체인 선저우수마(神州數碼)를 방문했다. 오전 10시경 숙소인 댜오위타이(釣魚臺)를 나온 김 위원장 일행은 1시간가량 둘러본 후 11시 40분경 숙소로 돌아왔다. 선저우수마 직원들은 김 위원장의 건강에 대해 “걸음걸이도 부자연스럽지 않고 전반적으로 괜찮아 보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노출을 막기 위해 이 회사 현관 앞에는 대형 흰색 천막이 설치돼 건너편 건물에서 내려다 볼 수 없도록 했다. 중관춘 일대도 무장경찰이 거리 곳곳에 배치돼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김 위원장은 오후 2시 경(현지 시간) 숙소인 댜오위타이를 나와 베이징역에 도착한 후 오후 2시 19분 역을 출발했다. 기차역에서는 자칭린(賈慶林) 정협 주석이 배웅했다. 특별열차는 랴오닝(遼寧) 성 선양(瀋陽)과 단둥(丹東)을 거쳐 북한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밤 특별열차가 지나는 단둥 압록강철교 부근의 중롄(中聯)호텔은 일반인의 예약을 받지 않았다. 특별열차가 쉬지 않고 달려도 북-중 접경 도시인 단둥까지 가는 데는 10시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에서 단둥까지 거리는 874km이고 특별열차는 평균 70km 이상 속도를 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편 회담 결과 발표된 내용만으로 보면 경제협력 분야에서 뚜렷하게 강조된 점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위원장과 원 총리와의 회담에서 압록강 신대교 건설을 예로 들면서 최근 양국 경협이 많은 분야에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밝혔으나 앞으로 어떤 구체적 프로젝트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언급에 그쳤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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