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1년새 3차례 방문… 후계책봉 삼고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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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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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가 방중 목적-배경 확인 분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20일 베이징(北京) 외교가는 방중 목적과 배경 등을 확인하느라 하루 종일 긴박하게 돌아갔다. 이날 방중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동선을 비롯한 일체 정보가 철저히 베일에 싸인 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 전례 없이 잦은 방문

김 위원장은 작년 8월에도 중국 동북(東北) 3성 일대를 방문했다. 앞서 5월에는 다롄(大連), 톈진(天津), 베이징을 방문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올해에는 김 위원장이 아닌 3남이자 후계자인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단독 방중하리라는 관측이 무성했다. 후계자로 국제무대에 데뷔하고 중국에서 후계구도를 승인받기 위한 수순이라는 해석이었다. 따라서 20일 방중한 인사도 김정은이라는 관측이 무성했지만 결국 오후 들어 김 위원장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교가는 다소 황당해하는 분위기다.

복수의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 일행을 태운 특별열차는 20일 새벽 북-중 국경지대에 있는 중국 투먼(圖們)에 도착했다. 투먼 일대는 새벽부터 경찰이 시내 곳곳에 배치되는 등 삼엄한 경계가 펼쳐졌다. 중국 인터넷 포털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도 “공안이 쫙 깔렸다” “북한에서 누가 온 것 같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중국 당국은 과거에도 김 위원장 방중 때마다 특별열차가 통과하는 곳에는 예외 없이 철통경비를 펼쳐왔다.

○ 아버지 김일성 주석 항일유적지 참배

김 위원장 일행은 투먼 역에서 장더장(張德江) 중국 부총리의 영접을 받은 뒤 차량 정비와 휴식을 위해 몇 시간 머물렀다. 이후 오전 9시경 헤이룽장(黑龍江) 성 무단장(牡丹江)으로 이동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무단장 최고급 호텔인 ‘홀리데이인(假日)호텔’에 도착해 여장을 풀었다.

무단장은 김일성 주석이 중국 공산당과 함께 항일활동을 펼쳤다는 ‘유적지’가 있는 곳. 김 위원장 일행은 이날 호텔에서 나와 인근 항일유적지 베이산(北山) 공원을 참배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8월 30일에도 이곳을 참배했다. 또 차로 1시간 거리인 징보(鏡泊·경박) 호도 둘러봤다고 한다. 징보 호는 김일성이 일본군과 전투를 벌였다는 곳이다. 김 주석도 생전에 이곳을 자주 들렀으며 마오쩌둥(毛澤東) 중국 주석에게 직접 고기를 잡아줬다는 일화도 있다. 때문에 북-중 양국은 혈맹의 뿌리가 이곳에서 시작됐다는 상징성을 부여하곤 한다.

흥미롭게도 무단장은 북한이 외화벌이용으로 여성 2000여 명을 파견할 것으로 알려진 곳이어서 최근 언론의 주목을 끌었다. 북한으로서는 ‘혁명성지(聖地)’와 ‘인력수출지’라는 이중적 모습을 띠고 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의 이번 방문은 경제협력을 위한 현지 시찰의 의미도 큰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이어 김 위원장은 저녁엔 홀리데이인호텔에 다시 와 만찬을 가졌다. 호텔 주변은 이날 새벽부터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오후 9시경 김 위원장은 홀리데이인호텔을 나와 특별열차를 타고 하얼빈(哈爾濱) 방향으로 향했다.

○ 다음 행선지는?

지금까지의 경로를 감안하면 우선 하얼빈 또는 하얼빈을 경유해 창춘(長春)을 갈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열차편으로 이동하고 있지만 무단장과 하얼빈 간 고속도로에도 중국 공안들이 군데군데 배치돼 있다. 또 창춘에서도 공안의 경계가 강화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작년 8월 중국 방문 때 지안(集安)∼지린(吉林)∼창춘∼하얼빈-무단장∼투먼을 거쳐 북한으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방중 첫날 무단장에 들른 만큼 당시 루트의 역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경협이 활발한 훈춘(琿春) 또는 단둥(丹東)을 들를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되는 방중인 만큼 베이징이나 상하이(上海) 등 전혀 뜻밖의 장소로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이날 돌연 북한 매체가 톈진(天津)을 칭찬하는 기사를 내보내 톈진 방문설이 급격히 돌기도 했다.

현재 창춘 하얼빈 지린 등 동북지역을 돌아볼 것이라는 예상이 현재로서는 여전히 우세하다. 중국 지도부와의 회동이 예정돼 있다면 장소는 창춘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작년 방중 때도 창춘의 영빈관 난후(南湖)호텔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을 면담했다.

○ 의도적 노출?

과거엔 극도의 보안 속에 이뤄지던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동선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카메라에 노출됐다. 김 위원장은 20일 승용차에서 내려 무단장의 홀리데이인호텔에 들어서는 모습이 일본 교도통신 카메라에 포착됐다. 지난해 5월 3일부터 7일까지 다롄을 시찰할 때도 푸리화호텔을 드나드는 모습이 일본 언론의 TV카메라에 여러 차례 잡혔다. 사실상 의도적으로 노출해 홍보 효과를 노리는 것 아닌가 하는 관측도 없지 않다. 아직까지 그의 행적이 노출돼 북한이나 중국 경호 관계자 등 누구도 처벌을 받았다는 보도는 나오지 않았다.

하얼빈=고기정 기자 koh@donga.com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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