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銀 부동산투기 10년간 방치… 검사기간중 분식회계 하는데도 못잡아

  • Array
  • 입력 2011년 5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몰랐나 봐줬나… 檢 ‘눈먼 금감원’ 정조준

부산저축은행그룹이 2001년부터 10년간 사상 최대의 금융범죄를 저질렀는데도 이를 방치한 금융감독원의 감독 소홀에 대해 ‘직무유기’ 책임을 강하게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시장 안정의 최후 보루 역할을 망각함으로써 결과적으로 3만 명이 넘는 부산저축은행그룹 고객들에게 2882억 원의 손실을 끼치는 등 금융당국의 존재 의미를 상실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어물쩍 넘어가면 제2, 제3의 부산저축은행그룹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확실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도 금융범죄를 방조하거나 묵인한 금융당국에 책임을 물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2일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금융당국의 범행 연루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앞으로 살펴보겠다”고 밝혀 저축은행 수사 ‘2라운드’가 금융당국을 겨누고 있음을 시사했다. 부당 예금인출과 관련해서도 금융당국 관계자가 영업정지 정보를 저축은행이나 예금주에게 알려준 사실이 확인되면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 등으로 기소할 방침이다.

○ 감독당국의 ‘10년 모르쇠’가 부실 키워


부산저축은행그룹이 급성장하다가 몰락한 배경에는 금감원의 ‘눈먼 검사’가 중요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관측이 많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은 2001년부터 상호저축은행법을 어겨가며 부동산 개발사업에 직접 뛰어들었지만 금감원은 이를 밝혀내지 못했다. 금감원이 1999년 1월 출범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10여 년에 걸친 ‘부실 감독’이 이번 사태의 배경이 된 것이다. 지금까지 감독당국 수장(首長)을 맡거나 부산저축은행그룹 검사라인에 있었던 당사자 가운데 누구도 이번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진동수 금융위원장과 김종창 금감원장이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저축은행 부실이 커졌다는 비판이 많다. 정부 내에서조차 “두 수장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스페인이 부실 저축은행들 때문에 재정위기를 겪는 것을 보고 지레 겁을 먹어 소극적 자세로 일관했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

금융당국 수장의 태도가 이렇다 보니 검사권이라는 ‘칼’도 무용지물이었다. 부산저축은행만 해도 금감원이 수차례 검사했으면서도 대주주의 불법을 눈치 채지 못했다. 민주당 박선숙 의원실에 따르면 금감원은 2009∼2010년 부산저축은행에 대해 사전검사, 부문검사, 감사원 요청에 따른 예금보험공사와의 공동검사 등 총 8차례의 검사를 진행했다. 2010년 한 해만 검사기간이 138일에 이른다. 그러나 2008년 7월부터 2010년 6월까지 부산저축은행은 1조3105억 원(그룹 전체론 2조4533억 원)을 분식회계로 처리했다. 금감원의 검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분식회계가 이뤄졌던 셈이다. 감사원 요청으로 이뤄진 공동검사에서는 대주주 비위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사업장에 대한 조사를 했는데도 불법 행위를 적발하지 못했다. 박 의원 측은 “감사원까지 개입해 오랜 기간 검사했는데도 대주주 비위 사실이나 분식회계, 부실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은 의문”이라며 “금융당국은 조사 부실을 고백하거나 은폐한 사실이 있다면 내놔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금융위의 정책 실패도 한몫


금융위원회가 “당시로선 최선”이라며 임기응변식으로 내놓은 각종 저축은행 규제완화 정책들은 부산저축은행이 부실을 키우는 촉진제가 됐다. 특히 저축은행 대형화를 유도하는 규제완화책은 패착 중의 패착이었다. 2005년 윤증현 금감위원장이 저축은행 인수합병(M&A)을 허용하고, 2008년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부실 저축은행을 M&A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기로 하자 부산저축은행은 거침없이 ‘저축은행 사냥’에 나섰다. 1998년 새부산금고(현 부산2저축은행) 인수에 그치지 않고 2006년 6월 중앙부산저축은행, 2008년 11월 대전저축은행과 고려상호저축은행(현 전주저축은행)을 잇달아 인수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분식회계는 2008년 7월 시작됐는데 금융당국이 같은 해 11월 대전, 전주저축은행 인수를 승인해 줬다”며 “분식회계 사실을 정말 모르고 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퇴직을 앞둔 임직원들을 민간 금융회사의 감사나 사외이사로 내보내는 오랜 관행도 부산저축은행그룹 사태의 단초가 됐다. 검찰에 따르면 부산2, 중앙부산, 대전, 전주 등 저축은행 4곳에서 금감원 전 국장과 부국장, 수석검사역들이 감사를 맡으면서 대주주의 불법 행위에 가담했다. 감독당국의 눈치를 보는 금융회사들이 금감원의 퇴직 예정자를 추천받아 감사로 선임하다 보니 감사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금감원 핵심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어떤 식으로든 금융회사의 감사 선임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만약 선임 과정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면 일벌백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감원의 ‘낙하산 인사’ 논란이 여러 차례 반복됐는데도 개선되지 않는 것을 보면 이런 방침이 제대로 지켜질지는 의문이다.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실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저축은행의 대표, 전무, 감사 등으로 자리를 옮긴 금감원(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출신 포함) 퇴직자는 89명이다. 이 중 3월 초 현재 재직 중인 금감원 출신은 35명에 이른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