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구조 개편 연기론 쟁점 점검

  • Array
  • 입력 2011년 4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반개혁” “항명” 잇단 경고에도… 軍 내부 “졸속 개혁이 더 위험”

김성찬 해군참모총장과 박종헌 공군참모총장이 20일 김관진 국방부 장관 주재의 정책간담회에서 군 상부지휘구조 개편의 여건과 능력을 면밀히 검토해보자고 제안한 것은 ‘국방개혁 307계획’의 졸속 추진이 초래할 후유증을 우려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국방부가 늦어도 이명박 정부 임기 내인 내년 11월까지 지휘구조 개편을 마무리한다는 목표 아래 6월까지 법제화를 강행할 경우 미처 짚지 못한 문제점들이 개혁 추진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지적인 셈이다. 실제로 국방개혁 307계획의 수립 과정에서 간과했던 문제점이 속속 불거지자 국방부는 난감해하고 있다.

박 총장은 이달 초 출입기자 정책설명회에서 유사시 한국 공군총장(대장)이 미 7공군사령관(중장)의 지휘를 받아야 하는 ‘계급 역전’ 현상을 처음 제기했다. 그는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에도 미 7공군사령관이 연합공군사령관을 맡는 현실을 개편안이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음을 지적했다. 이에 군 당국은 뒤늦게 공군 부참모총장(중장·신설)이나 공군작전본부장(중장)이 미 7공군사령관의 지휘를 받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해·공군 총장이 다시 지휘구조 개편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현실적으로 개편 시기를 늦춰야 하는 게 아니냐는 여론이 퍼지고 있다. 특히 25일 군무회의에서 국방개혁 관련 법안에 지휘구조 개편 시기가 명시되지 않아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군 소식통은 “다음 달 국무회의 상정 때까지만 명시하면 된다는 게 표면적 이유지만 지휘구조 개편이 현 정부 임기 내에 이뤄지기 힘들다는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청와대 일부 참모가 국방개혁 문제를 ‘개혁 대 반(反)개혁’ ‘복종 대 항명’ 구도로 몰아가면서 군 개혁 추진의 실상이 군 통수권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 고위 소식통은 “김 장관을 비롯한 군 수뇌부가 지휘구조 개편안 검토 과정에서 파악한 현실적 한계와 문제점을 이 대통령에게 가감 없이 보고해야 국방개혁이 군과 안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 [쟁점 1] 공군총장, 현행대로 계룡대에 머물면 작전지휘 못하나?

‘핵심’ 방공통제소 오산에… 美와 협의 필수

박종헌 공군참모총장은 지휘구조 개편을 위한 여건으로 공군지휘부의 오산기지 이전을 언급했다. 아무런 지휘체계를 갖추지 않아 ‘행정지휘부’에 불과한 충남 계룡대(공군본부)에선 전시는 물론이고 평시에도 예하 부대를 작전 지휘할 수 없음을 지적한 것이다.

따라서 공군총장이 제대로 작전을 지휘하려면 참모들과 함께 전술지휘통신체계(C4I)와 중앙방공통제소(MCRC)가 구축돼 아군과 적군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손금 보듯 파악할 수 있는 오산기지의 공군작전사령부로 들어가야 한다.

이런 여건을 갖추지 못한 채 지휘구조 개편을 강행할 경우 공군총장은 군령권은 가졌지만 이를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군 관계자는 “박 총장은 ‘제반 여건’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상 지휘구조 개편을 위한 ‘핵심 조건’”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조건이 현 정부 임기 내 충족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공군총장을 비롯한 공군 지휘부의 오산기지 이전은 한국이 원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미국과의 면밀한 협의와 조율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과정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군 고위 소식통은 “공군지휘부를 오산기지로 이전하려면 수용시설과 지휘체계 문제 등 미국 측과 협의할 사안이 하나둘이 아니다”며 “이에 대한 한미 군 당국 간 협의가 이뤄진 바 없고, 미국도 현재 이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더욱이 한국군 공군 수뇌가 미군 장성이 관할하는 기지로 들어가는 상황에 대한 군 안팎과 국민적 정서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 중앙방공통제소(MCRC·Master Control and Report Center) ::


한반도와 주변 상공에 떠있는 비행기 등 모든 물체를 한미 양국 공군이 공동으로 실시간으로 추적 감시하는 곳. 오산기지(경기 평택시)와 대구기지 두 곳에 있다. MCRC에 설치된 초대형 스크린에는 전국에 설치된 공군 레이더에 포착된 모든 항공기의 고도, 속도, 경로, 국적 등이 표시된다.  
[쟁점 2] 해군총장, 지휘구조 개편에 검증 필요하다는 의미는
“새 지휘체계 대비 한미훈련 두세번은 해봐야”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은 지휘구조 개편 과정에서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여 년 만에 군 지휘체계를 바꾸는 중대사안인 만큼 사전에 철저한 검증을 거쳐 문제점을 미리 파악하고 개선해 가면서 추진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군 상층부를 중심으로 지휘구조 개편 추진에 앞서 한미 연합훈련을 통한 시험평가가 반드시 필요한데도 이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군 소식통은 “향후 한미 연합작전에서 지휘구조 개편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만큼이나 중요한 변화”라며 “최소 두 차례는 새 지휘구조에 맞춰 연합훈련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와 내년 한미 연합훈련은 현 지휘체제로 이뤄질 전망이어서 2013년경에야 새 지휘구조에 따른 연합훈련이 실시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결국 현 정부 임기 내에 지휘구조를 개편해도 그 실효성을 제대로 검증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주한미군 소식통은 “현재 주한미군 측은 한국군 지휘구조 개편 문제를 논의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쟁점 3] 육군, 1·3군사령부 합친 지작사 창설때까지 기다리자?
야전 지휘체계 미완인데 상부만 바뀔수도


지휘구조 개편은 육군의 1군과 3군사령부를 합친 지상군작전사령부(지작사)가 2014년 말 창설되기 전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지작사 창설의 요체는 2개 야전사령부가 맡고 있던 작전지휘를 단일 사령부가 수행하고, 이를 위해 최고 지휘부에서 예하 부대까지 거미줄 같은 전술지휘통신체제(C4I)를 구축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작사의 창설은 지휘구조 개편에 따라 육군총장이 합참의장의 지휘를 받아 예하 부대를 작전 지휘하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지작사 창설은 C4I 구축이 늦어지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연기되면서 당초 2012년에서 2015년으로 연기됐다. 군 관계자는 “지작사가 창설돼 전방지역의 확고한 대비태세가 구축될 때까지 지휘구조 개편을 늦춰야 한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해 5도를 관할하는 서북도서방위사령부의 지휘권을 둘러싼 논란도 국방개혁의 조급한 추진이 빚은 부작용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당초 서북도서사령부는 해병대사령관이 합참의 직접 지휘를 받도록 했지만 해군총장의 지휘를 받는 방향으로 재검토하기로 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