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디부아르 한국대사관에 로켓포…직원 5명 구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8일 10시 13분


코멘트

유엔평화유지군 작전 성공..프랑스군 주둔지 인근 대피

6일 코트디부아르 로랑 그바그보 대통령 측이 발사한 로켓포가 수도 아비장의 대통령 관저 인근 한국대사관 2층을 강타했다. 2층의 대사 비서실이 완전히 부서졌다. 국제사회에서 대통령 당선자로 인정받는 알라산 와타라 측과의 휴전 협상이 결렬되자 그바그보 측이 주코트디부아르 외교단을 인질로 잡을 수 있다는 위협으로 발사한 것이었다.

대사관에 있던 정성섭 공사참사관(대사대리)과 신희용 서기관, 여성 행정원 3명이 혼비백산했다. 총격이 시작된 이후 1층 사무실 책상 밑에 피해 있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극도의 공포감에 시달렸다. 서울의 외교통상부 본부에도 비상이 걸렸다. 아프리카과 직원들 모두 6일 밤을 꼬박 새웠다.

대사관 직원들은 1일부터 대사관에 갇혀 있었다. 한국은 고립된 날부터 프랑스군과 유엔 평화유지군에 대사관 직원 구출을 타진했지만 작전의 타이밍을 찾지 못했다. 양 진영의 교전이 워낙 심해 자칫 구출 과정에서 사상자가 나올 수 있었다. 코트디부아르 주재 일본대사가 그바그보 군에 포위됐다가 6일 헬리콥터로 구출됐지만 한국대사관에는 헬기 착륙장도, 구출작전 동안 총격을 피할 안전장소(safety room)도 없었다.

한국은 프랑스군 위기관리상황실, 유엔 평화유지군 최영진 코트디부아르 특별대표 등을 통해 현지와 연락하며 구출을 요청했다. 그 사이 대사관은 전기와 물마저 끊겼다. 직원들은 책상 밑에서 공포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로켓포 공격 하루 뒤인 7일 오후 5시 50분경(한국 시간 8일 오전 2시 50분경) 격전이 잠시 중단된 틈을 타 유엔 평화유지군 1개 중대 병력이 구출작전에 돌입했다. 장갑차 8대와 지프 10대가 동원됐다. 문제는 작전 시작 몇 시간 전까지 작전부대가 대사관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 것. 작전부대는 와타라 측이 장악한 지역에서 가까운 한국대사관저에 있는 현지 고용인을 길잡이로 앞세웠다. 약 1시간 뒤 교전 없이 구출작전이 성공했다.

직원들은 장갑차의 호위를 받으며 약 7㎞ 떨어진 프랑스 주둔지로 이동한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직원들은 인근 호텔에 임시 사무실을 확보했다. 코트디부아르 교민 113명의 보호를 위한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번 작전에서 여성인 인도대사와 대사 아들이 함께 구출됐다.

한국대사관 인근에는 일본과 인도를 제외하고도 중국 이란 이스라엘 레바논 영국 이집트 등의 대사관이 모여 있다. 외교부 내에서는 한국 외교관들이 우선 구출된 것은 반기문 사무총장, 최영진 대표가 유엔 고위직에 진출해 있는 한국의 위상이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