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혁명성지’ 백두산 협의 제의 속사정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0일 12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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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계속된 대남유화 제스처는 모두 예상 가능한 범위에 있었지만 지난 17일 있었던 '백두산 화산협의' 제안은 다소 뜬금없어 보인다.

시기적으로 일본 대지진에 맞춰 남측이 반응하지 않을 수 없는 카드로 백두산 화산 협의를 내민 것이지만, 북한이 혁명성지로 선전하는 백두산의 폭발 가능성을 시사하며 유화 카드를 쓴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북한에서 백두산은 김일성 주석의 항일혁명 투쟁현장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가가 있는 혁명의 본산이다.

해마다 김 위원장의 생일(2·16) 즈음에 각지의 근로자와 학생들이 줄지어 백두산 밀영의 김 위원장 고향집을 찾아 결의대회를 여는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북한은 또 김 위원장의 이름이 붙은 정일봉에 새해 첫 아침 태양을 중심으로 좌우에 무지개 두 개가 뜨고 김 위원장 생일을 앞두고는 정일봉에 버들꽃이 피어났다는 등의 '믿거나말거나' 식 주장을 거듭하고 있다.

북한 지진국장이 한국의 기상청장에게 백두산 화산 공동연구와 현지답사 등 협력사업을 추진해 나가기 위한 협의를 해보자고 하면서 이 같은 사실을 조선중앙통신이나 평양방송 같은 대외용 매체를 통해서만 알린 것도 백두산 화산폭발을 주민들에게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백두산은 1980년대초부터 종합탐험대가 각종 연구를 벌이고 있는데 북한 매체는 해마다 탐험 결과를 수차례 보도하고 있다.

천지의 수심이 384m라는 점과 바닥 지형의 생김새를 밝혀낸 것을 비롯해 높이가 20m 이상인 봉우리 수가 '신통하게도' 김 위원장의 생일과 같은 216개라는 점 등이 종합탐험대의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이밖에도 종합탐험대는 백두산의 지형과 기후, 천지의 형성과정, 천지 물의 화학성 조성 등을 연구했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백두산의 분화 움직임이나 개연성에 대해서는 일체 입을 다물고 있다.

2월 노동신문은 종합탐험대의 활동 내역을 전하면서 "천지 일대의 지각변동과 얼음 상태가 작년과 차이가 없고 동물의 활동도 정상"이라고만 밝혔으나 종합탐험대 내부에서도 화산활동과 관련한 정밀연구가 진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부산대 윤성효 교수와 이정현 교수는 지난해 11월 대한지질학회 추계학술발표회에서 "최근 백두산 천지 아래 2~5㎞ 지점에서 화산 지진이 증가하고 천지 주변의 일부 암벽에서 균열, 붕괴현상이 발생하는 등 분화 징후가 뚜렷하다"며 백두산 폭발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20일 "백두산 화산 협의 제안은 자칫 백두산으로 대표되는 체제 정통성을 훼손할 수도 있는 사안인데 그 위험을 무릅쓰고 제안했다는 것은 남북관계 개선에 북한이 그만큼 적극적이고 조급한 상황임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시기적으로 일본 대지진에 맞춰 북한이 대화 제의에 고심한 흔적이 역력히 느껴진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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