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수도권 GPS 교란전파 발사… “키리졸브 통신방해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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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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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과 인천, 경기 파주 등 수도권에서 휴대전화의 시계가 고장 나는 등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의 수신 장애 현상이 발생한 것은 북한이 발사한 GPS 교란전파 때문인 것으로 6일 알려졌다.

정부와 군 관계자에 따르면 오후 4시경 수도권의 기지국에서 GPS 수신 장애가 발생했을 때 북한 지역에서 강한 통신교란 전파가 날아온 것이 포착됐다. 발신지는 해주와 개성 지역의 군부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GPS를 활용한 휴대전화 시계가 맞지 않거나 통화 품질이 저하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 ‘키 리졸브’ 방해?


군과 정보당국은 북한의 전파 교란행위가 지난달 28일 시작된 한미 연합군사연습 키 리졸브에 참가한 한국군과 미군의 통신장비를 교란하려는 목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7일에는 군사분계선(MDL)에서 멀지 않은 경기 포천시 승진훈련장에서 미군 스트라이커부대의 실사격 훈련이 예정돼 있어 북한이 이때도 GPS 교란을 시도할지 군 당국은 주시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군사연습 직후인 8월 23∼25일 사흘간 전국 GPS 수신 및 감시국 29곳 가운데 전남 홍도에서 충남 태안에 이르는 서해안 일부 지역에서 몇 시간 동안 전파 수신이 간헐적으로 중단돼 군과 정보당국이 원인 규명에 착수한 바 있다. 김태영 당시 국방부 장관은 2개월 뒤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일부는 북한의 소행으로 판단된다”며 “북한은 50∼100km 거리 내에서 (GPS 수신 방해가) 가능하다. 군 당국은 북한의 GPS 수신방해 행위를 막아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 北, 장비 테스트?


일각에서는 4일 교란전파가 간헐적으로 나타난 점에서 북한 측이 당장 어떤 군사적 실익을 거두기보다는 한국 측의 반응을 보면서 지난해 8월보다 GPS 교란 위력이 어느 정도 발전했는지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교란 전파가 5∼10분 간격으로 간헐적으로 발사된 것으로 보아 외부에서 도입한 GPS 전파 교란 장비를 테스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KF-16 전투기에 장착된 GPS 정밀유도폭탄인 합동직격탄(JDAM) 같은 첨단 유도무기의 무력화를 염두에 두었을 가능성도 높다.

JDAM은 재래식 폭탄에 유도장치와 날개를 장착해 스마트 무기로 변형시킨 정밀유도폭탄이다. GPS와 관성항법장치(INS)로 유도돼 기상의 영향을 받지 않고 주야간 정밀폭격이 가능하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JDAM은 지난해 연평도를 포격했던 북한의 갱도 안 장사정포 등을 무력화할 수 있는 무기로 평가받고 있다. 교란전파를 쏜 지역 중 하나가 서해 5도와 가까운 해주라는 점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 “GPS, 약한 교란에도 당하기 쉬워”


군 당국은 북한이 GPS 전파를 방해하기 위해 ‘GPS 재머(jammer)’를 사용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한국군의 주요 무기에 큰 피해를 끼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현재 우리 군은 GPS 전파 교란에 대비해 관성항법장치를 활용하는 등 대비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에서 직도입한 F-15K, 다연장로켓(MLRS) 등 신형 무기에는 외부 GPS 교란을 막는 장치가 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GPS 전파 교란 피해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적지 않은 구형 무기들에는 전자전 대응 체계가 장착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4일에도 일부 포병부대 계측기에 이상이 발견됐다. 또 민간에 끼칠 수 있는 피해도 막대한 만큼 대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GPS는 지상 약 2만 km 상공에서 약한 전파를 지상으로 내려보내기 때문에 교란 전파의 간섭이 발생하면 오류가 발생하기 쉽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이상욱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위성항법연구팀장은 “GPS 신호는 공기가 맑은 산속에서 보이는 별빛 수준이라면 방해전파는 옆에서 쏘는 강한 서치라이트”라며 “GPS 교란이 발생하면 이동통신 장애는 물론이고 항공기 항법 장비와 금융전산망 전산거래에서 사고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김규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yout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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