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합의 하루아침에 뒤집는 대한민국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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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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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리더십-원칙 정립못해… 당대표-원내대표 권한도 애매
타결 → 백지화 → 충돌 악순환

민주당 손학규 대표(왼쪽)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서로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다. 전날 여야 원내대표는 14일 임시국회를
열고 이번 주 안에 영수회담을 개최하는 데 합의했지만 손 대표가 반발하면서 박 원내대표와 갈등을 빚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민주당 손학규 대표(왼쪽)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서로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다. 전날 여야 원내대표는 14일 임시국회를 열고 이번 주 안에 영수회담을 개최하는 데 합의했지만 손 대표가 반발하면서 박 원내대표와 갈등을 빚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국회 정상화와 여야 영수회담 합의-야당 내부 반발로 사실상 백지화-의원총회에서 갑론을박-국회 등원 문제를 당 대표와 원내대표에게 일임-당 대표와 원내대표 간 이견 속에 등원 문제 다시 논의….

6, 7일 이틀 동안 여의도에서 2월 국회 정상화를 둘러싸고 벌어진 풍경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 같은 혼선이 1차적으로는 손학규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간의 미묘한 긴장관계 등 당내 역학 구도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근저에는 ‘3김 시대’ 이후 달라진 정당구조에도 불구하고 기초적인 합의조차 지키고 실행할 수 있는 여야 정당의 리더십과 원칙이 정립되지 못한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번처럼 여야 간 합의사항이 하루아침에 뒤집어진 일은 18대 국회에서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여야는 미디어관계법을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에서 100일 동안 논의한 후 본회의에서 표결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야당은 국민 여론을 수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표결에 반대해 결국 물리적 충돌을 빚으며 여당이 단독 처리했다.

이처럼 여야 간 합의 결과가 쉽게 뒤집어지는 것은 협상을 맡은 원내대표의 위상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다. 원내대표끼리 어렵게 합의를 한 후 당에 돌아가서 당 대표의 반대나 최고위원회의, 의원총회의 인준을 받지 못해 합의 자체가 백지화되는 일이 있다는 것이다.

국회 입법조사처 이현출 정치의회팀장은 “과거 ‘제왕적 총재’가 당을 좌지우지했던 ‘3김 시대’에는 역설적으로 여야 간 합의가 파기된 경우가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과거의 여야 원내총무들은 총재의 ‘오더’만 이행하면 됐다. 그러나 당내 민주화 이후 원내대표들은 당 대표 등 지도부와 의원들까지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정당에 원내대표제가 도입된 것은 2003년이다. 당시 열린우리당이 창당하면서 원내정당화를 명분으로 원내총무를 원내대표로 격상시키고 독립적인 대외협상권을 주는 등 권한을 강화했다.

그러나 각 정당의 당헌당규를 보면 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권한이 애매하게 규정돼 있다. 경희대 임성호 교수(정치학)는 “미국과 영국의 경우 의원을 대표하는 원내대표가 실질적인 당의 리더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길 소지가 적다”면서 “원내대표 위에 당 대표가 있는 옥상옥 구조를 깨고 완전한 원내정당화를 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국회 관계자는 “합의 파기 책임을 원내대표에게만 미룰 수는 없다”며 “기본적으로 합의를 존중해야 한다는 신사협정을 한국의 선량들이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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