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덴만 여명작전’이후]‘인간병기’ UDT 혹한기 훈련 경남 진해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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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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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에는 바닷속 45m 잠수… 수시간 버티며 한계 도전

해군 특수전부대(UDT/SEAL) 요원이 되기 위해선 한국군 가운데 가장 긴 24주의 극한 훈련을 받아야 한다. 5주차에 이뤄지는 ‘지옥주 훈련’에선 1주일 동안 잠을 자지 못한다. 개펄에서 훈련을 받을 때 이들은 머리에 보트를 이고 밥을 먹기도 한다(왼쪽 사진). 혹한기 훈련 때는 뼛속까지 시릴 만큼 차가운 바닷물과 싸워야 한다(오른쪽 사진). 사진 제공 해군
해군 특수전부대(UDT/SEAL) 요원이 되기 위해선 한국군 가운데 가장 긴 24주의 극한 훈련을 받아야 한다. 5주차에 이뤄지는 ‘지옥주 훈련’에선 1주일 동안 잠을 자지 못한다. 개펄에서 훈련을 받을 때 이들은 머리에 보트를 이고 밥을 먹기도 한다(왼쪽 사진). 혹한기 훈련 때는 뼛속까지 시릴 만큼 차가운 바닷물과 싸워야 한다(오른쪽 사진). 사진 제공 해군
살을 에는 듯한 찬바람이 부는 겨울바다. 체조로 몸을 푼 요원들은 보기만 해도 몸이 빳빳하게 얼어붙는 찬 바다에 뛰어들었다. 해상침투훈련을 하기 위해 고속단정에 올랐다. 배에 탔지만 몸의 3분의 1 이상이 얼음 같은 물속에 잠긴다. 특수전부대 요원에게 겨울바다에 몸을 담그는 것 자체가 그 어떤 혹한기 훈련보다 독하다.

납치된 삼호주얼리호의 인질 전원을 구출한 해군 특수전부대(UDT/SEAL) 요원들의 혹한기 훈련이 24일 경남 진해에서 시작됐다. 1년 중 가장 추운 때를 택해 더 강인한 요원으로 거듭나기 위해 진행되는 혹한기 훈련은 2월 17일까지 2주간 진행된다.

○ 혹한기 훈련 돌입…해상침투, 폭발물 제거

첫날 요원들은 향후 2주간에 진행될 훈련 내용 전반을 맛보기로 진행했다. 훈련은 일반적인 군 PT체조보다 강화된 UDT 체조로 시작됐다. 고속단정을 타고 물살을 가른 요원들이 이번에는 적이 설치한 폭발물을 제거한다. 폭발물 제거는 폭발물 처리반인 EOD가 맡는다.

대테러 훈련도 진행했다. 테러범들이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건물 위에 헬기가 떴다. 갑자기 헬기에서 몇 가닥의 줄이 내려오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줄을 타고 요원들이 건물 옥상 등에 내렸다. 레펠훈련이다. 헬기에서 내린 요원들은 맡은 지역별로 나뉘어 건물 안으로 진입하며 테러범들에게 사격을 가했다. 순식간에 테러범들은 제압됐다.

요원들은 이번 주에 심해잠수훈련, 해상침투훈련을 집중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깊게는 수심 45m까지 잠수하는 심해잠수훈련은 한겨울 바다에 들어가 수시간을 버티는 냉해 극복훈련으로 지난해 폭침된 천안함 구조 과정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 바 있다. 이번 해상침투훈련은 과거와 달리 고속단정을 타고 좀 더 먼 거리를 이동할 예정이다. 가장 파도가 거셀 때 고무보트의 노를 저어 파도를 넘어 전진하는 훈련도 실시한다.

해상훈련을 마치면 다음에는 산으로 이동한다. 혹한기훈련 가운데 가장 힘든 것이 가상 적지 침투훈련이다. 북한에 상륙했다는 것을 가정해 동해에서부터 대관령까지 걸어서 산길을 넘어간다. 7명이 한 조가 되어 고무보트와 각자 배낭을 지닌 채 산을 넘어야 한다. 팀별로 정해진 위치에 도착하면 도착지에 있는 작은 깃발 등 증거품을 챙겨야 한다. 증거품을 챙긴 후에는 교관에게 연락한 뒤 땅을 파서 몸을 숨길 수 있는 비트를 만들어 그 안에 들어간다. 이때 교관이 도착해 이들을 찾아내면 벌칙을 받게 되고, 교관이 끝까지 찾지 못하면 다른 팀보다 긴 휴식시간이 주어진다. 이후 설상 기동훈련에 돌입한다. 눈 덮인 산에서 스키를 타고 이동하는 과정을 3일 동안 진행한다.

○ 특수전부대 요원이 되기 위해 통과해야 할 지옥주 훈련…신병 교육훈련

특수전부대 부사관은 1년에 한 차례 각 군의 부사관이 지원해 24주의 고된 훈련 과정을 통과해야만 될 수 있다. 해군 문모 중령은 “주야를 가리지 않고 훈련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학창시절에 무술이나 운동을 한 사람들이 아니면 버티기 어렵고 실제 지원자 대부분이 운동선수 출신”이라고 말했다.

24주의 훈련은 1, 2, 3단계로 나뉜다. 훈련에는 수영, 스쿠버, 폭파, 특전전술, 사격, 대테러 등이 포함된다. 1단계는 기초체력 단련훈련으로 바다에서 아무 장비 없이 맨몸으로 4km가량의 거리를 수영하거나 오리발을 낀 채 12km가량을 헤엄칠 수 있어야 한다.

1단계에서 가장 어려운 코스가 ‘지옥주 훈련’이라고 불리는 5주차 훈련이다. 일요일 밤 12시부터 시작되는 이 훈련은 그 다음 주 토요일 밤 12시까지 일주일 동안 잠을 재우지 않은 채 훈련이 진행된다. 7명이 1개조로 편성되어 고무보트를 지닌 채 일주일 동안 목표 지점으로 이동한다. 강이나 바다가 나오면 노를 저어 가고, 육지에서는 7명이 머리에 고무보트를 이고 간다. 훈련 장소가 서해일 경우가 가장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릎까지 빠지는 개펄 때문이다. 잠을 자면 안 된다는 규칙 때문에 식사도 선 채로 머리에 보트를 이고 한다. 문 중령은 “인간의 생리상 3일째가 가장 힘든데 이때는 간혹 정신이 나가 헛소리를 하는 훈련생도 나온다. 이런 훈련생은 후일 적에게 잡힐 경우 정신력이 약해 작전을 실토할 수 있다고 판단해 그 순간부터 제외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이 훈련을 통과하고 나면 이후부터는 억울해서인지 낙오시키려고 해도 훈련생들이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단계에서는 수중잠수훈련과 수중정찰훈련이다. 16주차까지 진행된다. 2, 3km의 거리를 잠수해서 정확히 목표 지점에 도착하는 훈련이다. 조류에 방향이 흐트러질 수 있는 데다 물속에서는 정확한 방향을 찾기 어려워 힘든 코스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수중에서 함정이 움직이는 것을 따라붙거나 위치를 파악하는 훈련도 실시한다.

3단계는 야외기동(특전전술)훈련이다. 24주차까지 진행한다. 가상으로 북한에 침투해 시설물을 폭파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훈련이다. 수중잠수로 침투해 적 함정에 폭약을 설치하는 훈련도 받는다.

24주의 훈련 과정을 마치는 훈련병은 당초 지원자의 50%에도 못 미친다. 부상 등을 막론하고 3일 이상 훈련에 빠지면 무조건 탈락한다. 24주 신병훈련을 마쳤다고 훈련이 끝난 게 아니다. 3주간 기본공수훈련을 추가로 받아야 한다.

○ 뜨거운 UDT 지원 열기

특수전부대 요원들이 구출작전을 성공적으로 마치자 젊은이들의 해군 특수전부대 지원이 늘어나고 있다.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해병대 지원율이 높아진 것과 비슷한 이유다. 24일 해군에 따르면 아덴 만 작전이 성공한 이후 최근 특수전부대에 대한 지원 문의가 늘었다고 한다. 특수전부대 관계자는 “해군 특수전여단 지원문의가 하루 평균 5∼10건 꾸준히 오고 있다”면 “요즘이 모집 기간이기도 하지만 아덴 만 작전 성공 이후 관심이 반영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17일부터 모집을 시작한 해군 특전병(부사관이 아닌 일반병)은 2월 10일까지 접수하는데 이날 현재 52명 모집에 66명이 지원해 모집인원을 넘겼다. 포털사이트 등에서도 ‘UDT에 지원하기 위한 방법, 요령, 훈련’ 등이 꾸준히 검색되고 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 해군 특수전부대(UDT/SEAL) ::

수중폭파대(UDT·Underwater Demolition Team), 육해공 전천후 특수타격(SEAL·Sea Air Land), 폭발물 처리(EOD·Explosive Ordnance Disposal), 해상 대테러(CT·Counter Terror) 등 4개 임무를 수행하는 해군 특수부대. 1955년 UDT가 창설된 이래 수십 년에 걸쳐 EOD, SEAL, CT 임무가 차례로 추가됐다. 이를 통칭해 UDT/SEAL이라 불린다. 2000년 특수전여단으로 승격됐다.



▲동영상=삼호 주얼리 호의 석해균 선장의 부모님 동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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