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고위급 군사회담 제의, 南 수용]전문가들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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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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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수 서강대 교수

김영수 교수
김영수 교수
북한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남북 대화에 비중이 실리는 것을 감지했고, 매우 구체적이면서 선택권을 모두 남측에 넘겨주는 형태의 대화를 제의했다. 남측에 형식과 의제, 장소 등 모든 선택권을 넘겨줬기 때문에 남측이 거부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그동안 북측은 조건을 걸거나 남측이 받기 어려운 형태로 대화를 제안했는데 이례적인 일이다.

이제 대화 국면으로 넘어갔다고 본다. 그렇다고 남측이 부담스러워할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는 항상 남측이 북측에 대화를 하는 대가로 뭔가를 줘야 하는 불평등 협상이었는데, 이번에는 평등한 대화 구조가 형성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에 끌려가지는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고, 북한도 우리의 요구를 다 받지는 않을 것이다. 대화를 하다 보면 양측에 이견이 있는 의제가 튀어나올 것이고 그런 부분에서 협상의 묘가 필요하다.

○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

양무진 교수
양무진 교수
미중 공동성명의 내용을 보면 남북관계의 개선과 남북 대화를 권고하고 있다. 이는 ‘북한 외교의 승리, 남한 외교의 실패’라고 정리할 수 있다. 북한은 미중 정상이 남북 대화를 권고한 것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뜻을 바로 보여줬다. 이는 궁극적으로 북-미 대화, 북핵 6자회담까지 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남측이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 북측이 천안함, 연평도 도발에 대해 남측이 요구한 시인과 사과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천안함 문제에는 공동조사와 검열단 수용을 주장할 것이고, 연평도 문제에 대해서는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들고 나올 것이다. 여기서 남한이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면 더는 대화를 진행하기 어렵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남북 대화를 포기하고 북-미 대화, 6자회담을 하겠다고 나올 것이고 한국은 주도권을 상실하게 된다. 남측이 기존의 조건을 고수하기보다는 천안함, 연평도 사건의 재발을 제도적으로 방지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윤덕민 교수
윤덕민 교수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천안함, 연평도 도발에 대해 북측이 성의 있고 구체적 행동을 보이라는 것이다. 또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이전과 달리 북한의 우라늄 농축과 비핵화에 분명한 자세를 보였다. 중국은 북한을 설득하는 ‘좋은 경찰(good cop)’, 미국은 북한을 압박하는 ‘나쁜 경찰(bad cop)’로 역할분담을 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미중 양국은 남북관계 개선, 비핵화와 도발 방지를 전제로 북한의 6자회담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측은 남측의 요구에 응하는 듯한 제안을 한 것이다.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에서 북한이 ‘책임 있는 조치와 도발 방지 확약’이라는 남측의 조건에 응할지는 의문이다. 이런 문제를 포함해 남북 간 줄다리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북한이 정상회담을 제의하는 방향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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