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외교전문가가 보는 미중정상회담]<上>1979년 美-中국교정상화 조율한 브레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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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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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전 鄧 방미이래 가장 중요한 이벤트”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18∼21일 미국을 국빈 방문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인도 총리(2009년 11월), 멕시코 대통령(2010년 5월)에 이은 외국 정상의 세 번째 국빈 방문이다. 2006년 4월 미국을 실무 방문했던 후 주석으로서는 첫 국빈 방문이다. 세계질서를 좌우할 ‘주요 2개국(G2)’ 시대가 열렸다는 세간의 평가 속에 이뤄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위안화 평가절상 및 무역불균형 해소, 북한 문제를 비롯한 동북아 안보 협력, 양국 간 전반적인 협력 등 다양한 주제를 논의한다.》

6일 미국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 고문실에서 만난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중 관계 발전의 핵심은 다름을 인정하는 속에서 공존의 지혜를 터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6일 미국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 고문실에서 만난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중 관계 발전의 핵심은 다름을 인정하는 속에서 공존의 지혜를 터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32년 전 미국과 중국이 국교 정상화에 합의한 뒤 이뤄진 덩샤오핑(鄧小平)의 방미 이래 가장 중요한 미중 간 국가이벤트가 될 것이다.”

6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고문실에서 만난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국가안보보좌관(83)은 19일 열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의 의미를 이같이 평가했다. 브레진스키 고문은 “미국과 중국의 의견이 국제관계 영역에서 100% 일치할 것이라는 기대는 환상”이라며 “오히려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을 줄여 나가거나 그 영향을 제한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브레진스키 고문은 1979년 1월 미중 국교 정상화를 조율했고 그해 미국을 전격 방문한 덩샤오핑의 상대역으로 미중 관계의 초기 설계를 한 인물이다.

―이번 정상회담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미중 관계의 복잡성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생각해야 할 시기다. 서로 가지고 있는 견해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면서도 양국의 관계가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 역시 각국에 개별적인 이익임과 동시에 공동의 이익이 될 것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덩샤오핑과 후 주석을 비교한다면….

“일단 너무도 상이한 시절을 살았던 지도자다. 덩샤오핑은 한 국가의 설계자였으며 위험을 감수한 혁명적인 지도자다. 반면 후 주석은 훨씬 안정적이고 이미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던 중국을 물려받은 지도자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덩샤오핑은 전환기의 지도자이며 후 주석은 혁신적인 동시에 연속성을 견지한 지도자로 평가하고 싶다.”

―중국의 동북아 정책에 불만을 나타내는 사람도 많은데….

“만족하느냐 그러지 않느냐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이전보다 훨씬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중국이라는 존재다. 주변국을 위협하고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을 어떻게 봉쇄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현재의 상황을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보다 많은 공동이해의 영역이나 합의의 지점을 생각해 보고 그곳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양국 모두에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이번 후 주석의 방미가 양국 관계의 결정적인 순간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가.

“그건 너무 창대한 기대라고 생각한다. 양국의 지도자가 양국 관계를 한 단계 진전시키는 계기로 사용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국가가 일방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패권을 확립하려는 기회로 삼아서는 안 된다.”

―중국의 대북 정책이 종종 논란을 빚고 있는데….

“중국의 대북 정책은 일종의 폭발(explosion)이 발생할 수 있다는 두려움과 염려에 상당 부분 좌우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폭발하면 남한과 북한 이외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 같은 계산은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것이다. 중국의 우려를 생각해 본다면 그들이 한반도 상황 및 북한과 관련해 내리는 결론이 미국이나 한국이 도출해 내는 결론과는 사뭇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지도자들은 한반도의 과도한 긴장이 전혀 예측 불가능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또 북한 정권이 보여주고 있는 모험주의적인 행동에 많은 우려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올해 동북아 지역이 직면할 가장 큰 도전은….

“한국 일본 중국 등 이 지역의 질서를 주도하는 성공한 국가들의 관계가 결국 이 지역의 도전이 무엇이 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3국이 이성적으로 협력하면서 평화적인 국제관계를 만들어 간다면 올해 이 지역은 희망적일 거라고 생각한다. 만일 열정과 감정이 극도의 모험주의에 지배된다면 옳지 않은 방향으로 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국의 과거 행동양식이나 미국이 이 지역에 갖고 있는 관심과 정책을 고려할 때 신중한 낙관론을 말하고 싶다.”

―미국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관여(engagement)정책이 성공을 거두려면 관련 당사국이 성의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북한의 경우처럼 미국과의 대화를 전술적 목적에서 이용하려 하고 급작스럽게 긴장을 조성하고 심지어는 무력도발을 감행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과연 관여정책이 적절한 정책 대안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1928년 폴란드 바르샤바 출생 △1953년 미국 하버드대 박사 △1977∼1981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1981년 미국 대통령이 수여하는 자유의 메달 수상 △현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고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교수 △주요 저서: 힘과 원칙-국가안보보좌관 회고록(1983년), 게임 플랜(1986년), 대실패-공산주의의 태동과 종말(1989년), 거대한 체스판(1997년), 제국의 선택(2004년), 두 번째 기회(2007년), 미국과 세계-미국 외교정책의 미래(2008년) △주요 공적: 1978년 중국을 방문해 미중 수교협정(1979년) 초안 기초. 옛 소련과 동유럽권의 인권 문제 제기로 공산권의 붕괴 유도. 헬싱키 프로세스에서 정치, 경제 분야에 이은 이른바 ‘바스켓 Ⅲ(인권, 사회 문제)’의 중요성 주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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