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다시 긴장 고조]“찜질방 벗어나니 살 것 같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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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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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란생활 연평 주민들 김포 아파트 임시 입주 “두 달 뒤엔 또 어디로…”

북한의 포격 도발 이후 27일간 찜질방에서 피란생활을 해온 연평도 주민들이 19일 임시거처인 경기 김포시 양촌면의 한 아파트로 입주하고 있다. 김포=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북한의 포격 도발 이후 27일간 찜질방에서 피란생활을 해온 연평도 주민들이 19일 임시거처인 경기 김포시 양촌면의 한 아파트로 입주하고 있다. 김포=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9일 오후 3시경 경기 김포시 양촌면 양곡지구 휴먼시아 3단지(곡촌마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27일간의 인천 찜질방 피란생활을 마친 연평도 주민들이 임시거처인 김포 소재 아파트 입주를 위해 대형버스에서 하나둘 내리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84m² 아파트에 7∼9명씩 배치돼 앞으로 2개월간 지낼 예정이다. 옷가지 등을 담은 가방을 양손에 들고 임시거처를 찾은 주민들은 “내 집은 아니지만 답답한 찜질방에서 벗어나니 살 것 같다”며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이들은 현장에 미리 나와 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인천지역본부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각자 머무를 집을 찾아갔다.

“아파트에 살아본 적이 없어 집 찾기가 여간 힘들지 않네 그려∼.” 연평도에 있을 때부터 50년간 친구로 지냈다는 정명녀 할머니(83)와 이용녀 할머니(82)는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 아파트에 들어섰다. 정 할머니는 “집 안이 훈훈한 것 같다”며 “찜질방에 있을 때는 감기를 달고 살았는데 여기는 공기가 좋은 것 같다”며 웃었다. 이날 308동에 입주한 김미옥 씨(45)는 “지난해 인천생활을 정리하고 연평도에 들어가 식당을 운영하다가 변을 당했다”며 “낯선 곳이지만 힘을 내서 생활하다 보면 좋은 일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했다. 20일이 생일인 차진혁 군(12·연평초 6학년)은 “북한군의 도발로 제대로 공부도 못한 채 6학년을 마무리하게 됐고 낯선 곳에서 중학교에 가게 됐다”고 떨떠름하게 말했다.

“두 달 뒤에는 또 어디로 거처를 옮겨야 하느냐”며 걱정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김모 할머니(73)는 “북한군의 포격으로 집을 잃었다. 이곳이 찜질방보다야 지내기 좋겠지만 두 달 뒤 또 어디로 가야 하냐. 비록 돈은 없었지만 걱정 없이 살았는데 죽을 날을 얼마 안 남기고 이게 무슨 꼴이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일부 주민은 인천시와 옹진군이 기반시설이 턱 없이 부족한 곳에 자신들을 수용했다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편의시설은 단지 입구에 위치한 상가 내 할인마트가 유일했다. 당장 그릇 등 가재도구가 없어 끼니 해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인천시와 옹진군은 아파트 입주 주민들에게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가재도구, 이부자리를 구입해 나눠줄 예정이다. 또 인천이 생활권인 주민들을 위해 인천과 김포를 오가는 노선에 45인승 대형버스 2대를 투입해 1일 8차례 왕복 운행하기로 했다.

김포=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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