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포격 도발]‘협박→도발’ 경보 무시… 8월 방식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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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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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은 8월 발생한 북한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격과 똑같은 양상이었다. 한국군이 불과 3개월여 만에 같은 도발에 또다시 어처구니없이 당한 셈이다.

북한군은 이번 연평도 포격 도발을 감행하면서 해병대 연평부대의 K-9 자주포 사격훈련에 맞선 대응이었다고 주장했다. 북한군이 8월 연평도 인근 NLL 부근으로 해안포를 무차별 사격할 때에도 연평도 해병부대의 사격훈련에 대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번의 도발이 거의 같은 패턴으로 진행된 것이다. 달라진 게 있다면 북한의 도발이 위협에서 행동으로 옮기는 시간이 단축되고 타격 지점이 바다에서 육지(섬)로 옮겨 갔다는 점뿐이다.

○ NLL 이남으로 해안포 쏜 8월의 도발

북한군은 한국군이 천안함 폭침사건 대응 조치로 실시한 육해공 서해 합동훈련 마지막 날인 8월 9일 연평도 인근 NLL 부근의 특정 지점으로 120여 발의 해안포를 ‘일제타격(TOT)’식으로 집중 사격했다. 북한은 백령도 인근 NLL 부근에도 10여 발의 해안포를 쐈다. 포탄 가운데 일부는 NLL 이남까지 내려왔고 일각에서는 해안포뿐 아니라 장사정포도 쐈다는 분석도 나왔다. NLL 이남을 겨냥한 해안포 도발은 처음이었다.

이에 앞서 해병 연평부대는 이틀간 연평도 근해에서 K-9 자주포 사격훈련을 했다. 합동참모본부는 국립해양조사원 ‘항해경고’ 코너에 올린 ‘2010년 8월 1주 해상사격계획’에 8월 6일과 8일 오후 1∼5시 연평도 근해에서 사격훈련을 한다고 예고했다.

이에 북한 인민군 전선서부지구사령부는 3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대남 ‘통고문’을 발표하고 한국군이 해상사격훈련을 할 경우 “강력한 물리적 대응 타격으로 진압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사격훈련 전날인 5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예상을 초월한 가장 위력한 전법과 타격 수단으로 도발자들과 아성을 짓뭉개 놓을 것”이라고 위협했고 7일엔 노동신문에서 “우리 경고가 결코 빈말이 아니다”라고 경고한 뒤 9일 포격 도발을 감행했다.

그러나 한국군은 대응사격을 하지 않았다. 북한의 해안포가 NLL을 넘어오지 않았다는 얘기만 늘어놓다가 하루 만에 몇 발이 넘어왔다고 말을 번복해 논란을 빚었다. 더욱이 군은 당시 북한의 사전 경고에도 제대로 대비하지 않았고 NLL 해상을 넘은 북한의 공격에도 대응하지 않았다. 이 같은 군의 무대응은 3개월여 뒤 북한의 한국 영토 포격 도발로 이어졌다.

○ 연평도 섬 공격한 11월의 도발

합참은 지난달 초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23, 24일 이틀간 사격훈련을 한다고 예고했다. 북한군은 23일 오전 판문점을 통해 사격훈련을 하면 응징할 것이라는 경고통신문을 보냈다. 한국군이 이를 무시하고 사격훈련을 하자 북한은 연평도를 향해 해안포와 방사포를 무더기로 발사했다. 8월 포격 도발 때는 위협에서 행동으로 옮겨지기까지 6일이 걸렸지만 11월 도발에서는 반나절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불과 3개월 전 똑같은 패턴의 북한 포격 도발을 당하고도 아무런 대비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 것이다. 군 당국은 “솔직히 북한군이 연평도를 향해 방사포를 쏠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연평도 내륙을 직접 타격하는 도발을 예상하기는 힘들었겠지만 연평도 사격훈련을 핑계로 북한군이 대응 도발한 경험을 이미 한 차례 겪은 군의 대응치고는 너무나 미흡한 대목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북한의 도발 패턴은 비슷했지만 방식은 늘 다양했고 한 단계씩 수위를 높여왔다. 이 때문에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 군 당국과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북한이 백령도 등 서해5도를 기습적으로 점령하는 것을 가장 유력한 다음 단계 도발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륙지역에 대한 포격 도발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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