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포격 도발]美-日 ‘中, 6자대표 긴급협의 제안’ 어떻게 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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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6자 실익 없다는게 기본 인식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6자회담 수석대표 간 긴급협의를 하자는 중국의 제안에 미국은 아직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일본은 한국, 미국과 협조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러시아도 공식 반응 발표를 미루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중대한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하는 연평도 포격을 감행했고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의 가동으로 핵 위협의 수위를 높이는 현 상황에서 6자회담을 재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기본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시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 일행을 통해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의 존재를 노출했을 때만 해도 대화의 길이 열려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라며 “연평도를 포격해 민간인을 사상한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하다”라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3월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한 사과가 없었고 비핵화 의지가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6자회담 재개는 아무런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 정부가 정면으로 6자회담을 거부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문제와 관한 한 철저하게 한국과의 공조를 유지하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감안할 때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과 충분히 협의해 이 문제를 신중하게 논의하는 모양새를 취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차관보는 “현 상황에서는 한국의 뜻이 존중되어야 하며 미국은 한국과의 긴밀한 정책협의 아래에서 반 발짝 정도 늦게 따라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편 존 헌츠먼 중국주재 미국대사는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의 기자회견 전에 중국 외교부를 방문해 이날 이른바 ‘중대발표’의 내용을 사전에 전해 듣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중국의 제안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후쿠야마 데쓰로(福山哲郞) 관방 부장관(차관)은 이날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 특별대표의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에게 “한국, 미국과 협조하면서 신중하게 대응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외무성의 한 간부는 “한국의 의사가 확실하게 나오면 이를 기초로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고 지지통신이 전했다. 외무성 내에는 ‘현 상황에서 6자회담이 가능하겠느냐’는 부정적 견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당장 6자회담 재개를 서두르기보다는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 행동을 취하는 게 선결돼야 한다는 기본 방침에 따라 한국, 미국과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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