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포격 도발]뒷짐진 中, 외교부장 방한 돌연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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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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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감싸기 맘먹었나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부장(사진)의 방한이 중국의 요청으로 돌연 취소됐다. 양 부장은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위해 26, 27일 방한할 예정이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25일 “중국 외교부가 어제 오후 11시 40분경 주중 한국대사관에 양 부장의 방한 연기를 통보했다”며 “중국 측은 방한을 불가피하게 연기하게 돼 정중하게 양해를 구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양 부장의 방문 36시간 전에, 그것도 한밤중에 분명한 이유도 없이 사실상 취소 통보를 한 것은 외교적 결례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중국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책임 있는 대국의 역할’을 주문하는 국제사회의 요구와 전통적 혈맹을 내세워온 북한과의 관계 사이에서 북한을 두둔하는 쪽을 선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로 인해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의 해결 과정에서 중국의 협조를 얻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은 북한의 도발에 외견상으로는 중립적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북한에 대한 편향을 감추지 않고 있다. 민간인 사망자까지 나온 한국이 명백한 피해자임에도 중국은 남북 양측의 냉정과 자제를 촉구하는 성명을 내놓았다. 24일 러시아를 방문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발언이나 장신썬(張흠森) 주한 중국대사가 한국 정부에 전한 중국 측의 견해는 한결 같이 남북 양측의 자제만을 촉구하는 것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양 부장의 방한 연기는 중국의 난감한 처지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금 시점에 피해자인 한국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한국을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어 중국으로선 부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교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우라늄 농축은 물론이고 천안함 폭침사건과 달리 명백한 북한의 도발에 대해 내부적으로 매우 곤혹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이 28일 시작되는 서해 한미 연합훈련에 불쾌감을 나타낸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중국은 천안함 사건 이래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워싱턴이 서해에 진입하는 것에 불만을 나타냈다. 나아가 중국은 한미 연합훈련에 이어 한미 양국이 공동으로 중국을 압박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5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 통화하고 중국에 대한 설득 등 협력을 약속했다.

문제는 양 부장의 방한 연기 자체가 향후 중국이 취할 태도를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라는 점이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할지 고민하는 한국의 뜻에 중국이 이번에도 쉽게 호응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 대사가 “남북 양측이 냉정과 자제를 유지하면서 대화와 협력을 모색하자”고 말한 것도 책임 문제는 덮어두고 북핵 6자회담을 조기에 개최하자는 메시지로 읽힌다.

이에 따라 이번 연평도 도발을 놓고도 ‘한미일 대(對) 북-중-러’ 삼각 대결구도가 다시 만들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 장관은 클린턴 장관과 12월에 미 워싱턴에서 한미일 3자 외교장관회담을 갖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우에 따라서는 28일 서해 연합훈련을 전후로 한반도의 정세가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당초 양 부장의 방한은 천안함 사건 이후 금이 간 양국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북한의 연평도 도발과 중국의 북한 편들기가 다시 한중관계에 균열을 가져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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