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포격 도발]국내외 금융시장 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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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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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지수 1.27%↓ 美 가슴 졸일때… 코스피 0.15%↓ 韓 놀란 시늉만

긴장한 뉴욕… 차분한 서울 북한의 연평도 공격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시장은 주가와 환율이 보합선으로 마감하면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반면 글로벌 금융시장은 주가가 빠지고 금값과 달러가 오르는 등 크게 요동쳤다. 23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딩룸(왼쪽)과 24일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딜링룸 모습. 뉴욕=EPA 연합뉴스·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긴장한 뉴욕… 차분한 서울 북한의 연평도 공격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시장은 주가와 환율이 보합선으로 마감하면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반면 글로벌 금융시장은 주가가 빠지고 금값과 달러가 오르는 등 크게 요동쳤다. 23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딩룸(왼쪽)과 24일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딜링룸 모습. 뉴욕=EPA 연합뉴스·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시장은 장 초반 잠깐 흔들리다 바로 충격에서 벗어났다. 24일 주가와 원-달러 환율은 보합선으로 끝났고, 금리도 하향 안정세를 보였다. 반면 전날 열린 해외증시는 큰 폭으로 떨어지고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값이 크게 올라 국내외 금융시장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분단 이후 수위가 가장 높은 북한의 도발에 당초 전문가들은 단기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대응이 전문가 예상보다 한 박자 빨랐다. 이날 금융시장은 과거와 달리 하루 만에 충격을 거의 흡수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그동안 북한 리스크가 금융시장에 미친 악영향이 단기에 그쳤다는 ‘학습효과’, 상대적으로 나은 국내 경제여건에 대한 믿음, 풍부한 유동성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 해외와 국내 온도차 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45.02포인트(2.33%) 떨어진 1,883.92로 출발했다. 전날 장이 마감된 뒤 포격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에 이런 충격은 어쩌면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개장 10분 뒤 1,900 선을 회복하더니 결국 전날보다 2.96포인트(0.15%) 떨어진 1,925.98로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도 마찬가지였다. 장 초반에는 37.5원이나 오른 1175원까지 치솟았지만 점차 상승폭을 줄여 전날보다 4.80원(0.42%) 오른 1142.30원으로 끝났다. 채권도 지표물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6%포인트 하락한 4.01%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0.08%포인트 떨어진 3.34%로 장을 마쳤다.

반면 국제 금융시장은 크게 출렁거렸다. 23일(현지 시간)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42.21포인트(1.27%) 하락한 11,036.37로 마감했다. 아일랜드 재정위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높아진 가운데 북한의 도발 소식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았다는 소식이 악재로 작용했다. 이에 앞서 열린 유럽증시에서도 주요 국가들의 지수가 1∼2%씩 하락했다. 북한 변수보다는 다른 대형 악재들이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커지면서 금과 달러는 급등하고 유가는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가격은 19.80달러(1.5%) 상승해 1온스(31.1g)당 1377.6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2주일 만에 최고치였다. 뉴욕외환시장에서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79.70으로 1.29% 올랐다.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 가격은 전날보다 0.6% 떨어진 배럴당 81.25달러로 마감했다. 국내 금값도 사상 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금 도매가격은 3.75g(1돈)에 20만9000원이었다.

○ 학습효과와 발 빠른 외국인 대응

이날 국내 금융시장 동향은 해외와 다를 뿐만 아니라 과거 북한 리스크 때와도 달랐다. 제1차 연평해전이 있었던 1999년 6월 15일에는 코스피가 당일 2.21% 하락했다가 다음 날 3%가량 상승했다. 북한이 1차 핵실험에 나섰던 2006년 10월 9일에는 2.41% 빠졌다가 며칠에 걸쳐 회복했다. 이번에는 주가가 하루 동안 충격을 모두 흡수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우리 경제가 다른 선진국보다 낫다는 믿음이 있는 데다 북한 리스크에 대한 학습효과로 투자자들의 대응이 점점 긴밀해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과거 북한 리스크가 불거질 때마다 그 영향이 단기에 그쳤기 때문에 이번에도 남북 전면전으로 커지지 않는 한 주가 하락은 오히려 투자 기회라는 인식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날 외국인은 증시에서 493억 원, 채권시장에서 2200억 원 넘게 순매수했다. 개인투자자들이 북한 리스크가 터질 때마다 수천억 원씩 내다파는 것과 다른 양상. 펀드로 매수세가 몰리면서 기관도 이날 4136억 원 가까이 순매수했다.

정영훈 한화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전날 야간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이 사상 최대 규모인 1823억 원을 순매수했고 역외선물환시장에서도 과거 대북 리스크 때보다 환율 상승폭이 낮았다”며 “외국인들이 이번 사태를 단기 이벤트성 악재로 해석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해외 주요 투자은행(IB)은 일제히 “북한 리스크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골드만삭스는 “과거 사례를 비춰볼 때 영향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UBS도 “한국 정부의 상황 대처 능력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노무라증권은 “장기적으로 볼 때 원화 약세와 유가 하락이 한국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강화해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신용평가업체들도 앞다퉈 한국의 신용등급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존 체임버스 국가신용등급 담당 이사는 “S&P가 한국에 부여한 신용등급에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같은 군사적 공격 위험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무디스의 톰 번 부사장도 북한의 포격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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