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공공연한 입법 로비, 뭐가 문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8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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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1월 8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의 입법 로비를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주 현역 국회의원 11명의 후원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습니다.

(구가인 앵커) 여기에 여야 의원들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정국이 회오리치고 있습니다.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북부지방검찰청에 나가 있는 사회부 강경석 기자가 연결돼있습니다.

(박 앵커) 강 기자(네, 서울북부지검입니다) 현재 검찰의 수사는 어느 정도 진행 됐나요.

(강 경석 기자) 네, 지난 달 28일 청목회 집행부 3명을 구속한 검찰은 지난 주 금요일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단행한 이후 주말 내내 압수물 분석에 주력했습니다. 당장 오늘부터 관련된 국회의원 회계 책임자들이 소환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검찰은 해당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주요20개국 정상회의가 끝난 뒤 소환 조사할 방침을 세웠습니다.

(구 앵커) 그런데, 청목회의 입법 로비가 불법인 이유는 뭔가요

(강 기자) 검찰은 정치자금법 32조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의 직무행위와 관련한 대가성이 있는 후원금을 받은 경우엔 정치자금법 위반은 물론, 알선수재나 뇌물죄로 처벌되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청원경찰법이 개정되는 과정에서 일부 국회의원들이 먼저 청목회 측에 후원금을 요청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입니다. 표면적으로는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리거나 가명으로 1인당 10만 원씩 보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사전에 후원금을 보낸 사실을 의원실 측에 알렸고 받은 쪽도 알고 있었다면 이는 대가성이 있는 돈으로 간주됩니다. 검찰이 후원금의 실질적인 성격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박 앵커) 하지만 입법 로비가 지금껏 공공연하게 이뤄져 왔던 것 아닌가요.

(강 기자) 이미 비슷한 사례로 처벌된 경우도 있습니다. 문석호 전 민주당 의원의 경우인데요. 검찰은 수사를 시작하며 문 전 의원의 대법원 판례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문 전 의원은 에쓰오일 직원 546명으로부터 총 5560만 원의 후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지난 9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습니다. 당시 김선동 에쓰오일 사장은 "공장을 특정 지역에 지을 수 있게 힘 써 달라"고 부탁하며 직원들에게 10만 원씩 문 의원의 후원금 계좌에 입금하도록 지시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문 전 의원이 공무원이 담당하는 사무 등 특정행위와 관련한 기부를 금지한 정치자금법 32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지난 8월 농협중앙회가 각 지역본부에 공문을 보내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정치후원금을 내라고 독려한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과 경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수사를 의뢰받아 지난 달 26일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구 앵커) 언제부터 소액 후원금 제도를 이용해 입법 로비를 하게 된 건가요.

(강 기자) 이른바 '오세훈법'이 생기고 난 이후부터입니다. 현재 정치자금법은 2004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회의원 시절 주도해 개정한 것으로 법인과 단체의 후원금 기부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기업과 이익단체의 돈이 정치권에 흘러들어 오는 것을 차단하고 정경유착과 돈정치의 고리를 끊자는 취지였죠. 또 소액 다수의 자발적인 후원을 장려하기 위해 개인이 10만 원 이하의 후원금을 낼 경우 연말정산 때 돌려받을 수 있는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후 대기업 등의 로비성 후원금 기부 등 고질적인 검은 정치자금의 문제를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일부 허점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박 앵커) 그래서 청목회처럼 '쪼개기 후원'을 해 입법 로비에 활용한 것이군요.

(강 기자) 그렇습니다. 기업과 단체에서 직원이나 직원 가족의 명의를 동원해 뭉칫돈을 소액으로 나눠서 의원들에게 내도록 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익단체 등이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거나 청원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소액 후원제를 활용해 의원들을 후원하는 것을 모두 불법으로 단죄하는 것은 법의 본래 취지에 반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검찰이 옥석을 철저히 가려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앞으로 정당한 입법 과정에 대한 개인의 소액 후원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구 앵커) 그렇다면 제도 개선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요.

(강경석) 현행법은 한 국회의원에게 낸 후원금 액수가 한 번에 30만 원을 넘거나 연간 총액이 300만 원 이상일 경우에만 후원자의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직업, 신상을 공개해야 합니다. 여야 의원들은 이런 '쪼개기 후원'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게 사실이라 제도 개선에 모두 공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소액 후원도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돼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서울 북부지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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