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3기 23일 출범 100일…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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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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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정무-국정수석 3인방 체제서… 임태희 대통령실장 ‘나홀로 실세’로

이명박 정부 3기 청와대의 사령탑인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23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청와대 참모들은 이 기간에 나타난 변화로 △임태희 단일체제 정착 △불요불급한 대통령 일정 축소 △기획관리실의 역할 확대 등 세 가지를 꼽고 있다.

○ 3극체제→단극체제

임 실장이 이명박 정부의 ‘소리 없는 2인자’라는 데 이의를 다는 이는 많지 않다. 대통령실장이라는 본업무 이외에도 인사기획관이 1년 넘도록 공석인 상황에서 ‘사실상의 인사수석’ 역할도 맡았고, 천영우 외교안보수석 인선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향후 대북정책 기조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사실 청와대가 대통령실장을 중핵(中核)으로 해서 움직이는 것은 새로울 게 없다. 그러나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이끌던 2기 청와대(2008년 6월∼2010년 7월)와 비교해 보면 적잖은 변화로 인식되는 게 현실이다. 당시에는 이동관 홍보수석, 박형준 정무수석,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이 이른바 3인방을 형성해 의사결정 과정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게 정설이다.

3극체제가 임태희 단일체제로 정리되면서 대통령실장 주도로 주 2회 실시되는 수석비서관 회의의 분위기도 바뀐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에는 실세 3인방의 치열한 토론이 진행됐다면 지금은 “오늘 결론을 짓자”는 말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고 한다. 한 고위 관계자는 “이제야 비로소 청와대가 조직표에 그려진 자기 위치에 따라 (힘의 쏠림현상 없이) 굴러간다”고 촌평했다. 하지만 치열한 공방이 줄어들면서 “수석비서관 회의에 단호한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내부 지적도 들려온다.

○ 원칙 세워가는 대통령 일정 짜기

대통령의 일정은 매일매일 주요 뉴스로 연결되는 만큼 ‘대통령 시간 확보’ 자체가 고도의 정치행위이자 권력관계를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2기 청와대에서는 수석비서관들이 이 대통령에게 수시로 현안을 직접 보고해 가면서 제1부속실과 접촉해 대통령 일정을 짜는 경우가 잦았다.

하지만 3기 청와대에서는 대통령의 일정 대부분이 ‘금요 9인회의’를 통해 짜인다. 임 실장은 대체로 금요일에 백용호 정책실장 등과 함께 이 대통령을 만나 주간, 월간 일정은 물론이고 현안을 놓고 장시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자신의 일정을 전략적으로 잡으라는 지침을 내렸으며 자연스레 ‘정책일정은 백용호 정책실장, 정치일정은 임태희 실장을 거친다’는 룰이 정착됐다. 그에 따라 일정도 자연스레 간소화했다는 것이 내부 설명이다.

○ 기획관리실 역할 강화

올해 7월 청와대 조직정비 때 김두우 당시 메시지기획관은 한 등급 강등을 자청해 비서관급인 기획관리실장에 임명됐다. 기획관리실은 ‘미래에 발생할 사안을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역할을 임 실장에게서 부여받았고, 정부부처 및 청와대가 생산하는 보고서와 발표 자료를 사전에 점검하는 등 권한이 강화됐다.

물론 기획관리실의 선도 기능이 청와대 내 활력 저하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는 않다. 일부 수석비서관실에서 “특정 부서(기획관리실)가 선도하니까 우리가 현안을 주도하는 주인의식이 상대적으로 덜 느껴진다”는 평가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기획관리실에서 “(퇴임 후에도 기억될) 이 대통령의 브랜드 정책을 추려내자”는 의견을 폈을 때 곳곳에서 “왜 이런 걸 기획관리실에서 맡느냐”는 반론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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