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급물살]남북 고위급 개성 접촉說

동아일보 입력 2010-09-13 03:00수정 2010-09-13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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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소식통 “6월이후 3차례 비밀대화”… 靑 “전혀 사실 아니다” 남북한 당국이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경색된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공식라인 간 접촉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의 여권 중진 등을 통한 비선(秘線) 접촉보다는 한 차원 높은 다른 당국자 간 접촉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2일 “남북한 고위 관계자가 지난달 중순 개성에서 비밀 접촉을 했으며 이 자리에는 한국 정부의 고위 관료들과 북한 노동당 장성택 행정부장 등이 참석했다”고 서울발로 보도했다. 장 부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매제이자 북한 권력 서열 2위로 꼽힌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아사히신문 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 소설 같은 얘기로 터무니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이날 동아일보에 “남북한 최고위급 당국자들이 올해 6월 이후 세 차례 개성에서 비밀 대화를 한 것으로 안다”며 “북측에서는 국가안전보위부 수뇌부가 왔고 남측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인사가 나갔다”고 전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지난해 10월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이끈 비선의 싱가포르 접촉과 지난해 11월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지휘한 개성 접촉 등 정상회담 관련 대북 접촉 사실을 부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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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당국자들은 올해 7월 개성의 자남산여관에서 남북한 당국자가 만났다는 동아일보 보도를 부인했으나 최근 한 당국자는 “자남산 접촉은 사실인 것으로 안다”고 시인했다.

▶본보 8월 18일자 A1면 참조
, 지난달 정상회담 또 타진


이날 아사히신문의 보도와 대북 소식통의 전언은 일치하는 대목이 많다. 우선 장 부장은 북한 체제 유지를 관장하는 보위부의 총책임자다. 보위부는 현재 부장이 없고 우동측 제1부부장이 실무 책임을 맡고 있다. 그러나 보위부는 장 부장이 수장인 국방위와 노동당 행정부의 하급기관이다. 우 부부장은 장 부장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 “천안함 출구 필요… 비선접촉서 당국라인으로” ▼

일각에서는 북측에서 2인자인 장 부장이 내려왔다면 남측에서는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나 김숙 국정원 제1차장이 개성에 갔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임 실장은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기가 쉽지 않고 현 장관과 통일부 간부들은 북한이 지난해 11월 이후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재오 특임장관도 거론되고 있으나 그는 입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는 “원 원장이나 김 차장이 개성에 간 사실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보는 눈이 한둘이 아닌데 남한 고위 당국자가 개성을 오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당시 통일부 K 국장을 포함한 정부 협상 대표단은 이틀이나 개성 자남산여관에서 북한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 등을 만난 사실이 있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남북 간 접촉에서 남측이 남북관계 정상화의 전제로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한 북측의 사과와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요구했으며 북측은 남한의 ‘햇볕정책 복귀’를 주장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남한의 수해지원용 대북 쌀 지원 움직임 속에 북한 조선적십자회가 10일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하면서 남북관계는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꼭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비밀 논의 당시의 남북관계 개선 상황을 보는 것 같다”며 “남북한 당국 사이에 잘 짜인 시나리오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처럼 남북 간 대화가 비선 차원에서 당국 간 공식라인으로 급진전된 것은 천안함 사건의 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공통의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내 대북 협상론자들은 이미 7월 초부터 “남북이 천안함 사건으로 인한 군사적 대치국면에서 벗어날 방법을 함께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남북은 그럴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남한은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고 북한은 후계체제 구축을 위해 남한에서 확실한 경제지원 약속을 받아내야 하는 상황이다.

남측은 이번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의 최대 걸림돌인 천안함 사건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러시아에서 “나는 북한이 천안함 사건에 대해 사죄하고 다시 정상적 관계로 가야 한다고 본다. 북한이 제2의 개성공단을 원하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북한이 하기에 달려 있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발언으로 보인다. 공은 북한에 넘어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천안함 사건을) 그냥 넘길 수는 없지 않느냐. 이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고 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풀지 않고는 앞으로 못 나간다. 공식 유감 표명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의 제2 개성공단 언급에 대해 “실무적으로 준비된 게 없다. 과거 대선 공약에서 나온 ‘나들섬(임진강과 예성강의 합류 지점에 인공 섬을 만들어 남북 합작공단을 운영하는 프로젝트)’ 정도의 얘기로 북한이 잘하면 좋은 게 있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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