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방북… 우다웨이 6자 순방… 한국도 천안함 ‘출구’ 고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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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화하는 한반도정세

북한을 둘러싼 국제 기류에 미묘한 변화가 일고 있다. 북핵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북한 방문에 이어 한국 등 관련국을 순방하고,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억류된 미국인 석방을 위해 북한을 방문한다. 나아가 한국 정치권은 대북 쌀 지원 재개를 주문하고 있다.

천안함 폭침사건 이래 주변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유지해 온 대북 압박과는 사뭇 다른 기류다. 고민에 빠진 것은 한국 정부다.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는 이런 기류를 활용할 수도 있지만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나 태도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대북정책을 바꿀 순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로선 북한의 전술적인 의도에 휘말려 대북 제재의 국제공조를 흩뜨려선 안 된다는 원칙론과, 제재와 대화를 병행한다는 이중접근 전략의 틀 속에서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현실론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대북 국면 전환의 예고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 씨를 석방시키기 위해 방북을 준비하는 지금 상황은 마치 시계를 1년 전으로 돌려놓은 것과 같다.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강행한 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가 나오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억류된 미국 여기자 석방을 위해 방북한 지난해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같은 움직임이 지난해 말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북과 같은 북-미 대화 기류로 이어질 것인지를 전망하기란 쉽지 않다.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한국 해군 46명이 목숨을 잃은 상황에서 최소한 이 문제를 봉합할 만한 계기가 필요하지만 북한은 천안함 사건을 일으킨 것조차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대북 제재 구도에 어느 정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한미 연합훈련 등 대북 압박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추가 도발이나 협박이 아닌 미국인 석방 카드를 선택한 것은 향후 긍정적인 태도 변화의 전조로도 비친다.

우다웨이 대표의 행보도 이런 점에서 주목된다. 중국이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포함해 비핵화 의지를 내비치는 메시지를 관련국에 전달한다면 북한과의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나오는 대북 쌀 지원 요구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한나라당은 22일 정부에 대북 쌀 지원 재개를 요청한 후 연일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특히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24일 “대북 쌀 지원이 안 돼 쌀 재고량이 급격히 늘고 있다”며 “정부가 추석 이전에 쌀 수급관리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북한의 수해에 대해 인도적 지원을 한다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진할 가능성도 있다.

○ 정부 내 원칙론과 현실론

북한을 둘러싼 이런 움직임들은 서로 연계되거나 누군가가 조정한 것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독립적인 사안들이다. 이런 움직임들의 조합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누구도 쉽게 예단하지 못한다.

특히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라는 숙제를 안고 있는 한국 정부는 이런 기류 변화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천안함 사건 이후 정부가 밝혀온 북한의 사과와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대북 원칙론의 강경한 목소리가 주조를 이루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24일 “G20 정상회의를 좋은 분위기에서 개최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한의 사과나 태도 변화 없이 그동안 지켜온 원칙과 자세를 바꿀 순 없다”고 말했다. 천안함 사건으로 인한 미국의 대북제재 발표를 코앞에 두고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줘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G20 정상회의 개최 전에 한반도 정세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점 강해지고 있다. 정부 고위 안보 관계자는 “G20 정상회의를 북한 성토장으로 만들 순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가 다른 안보 현안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이 나오기 시작했음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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