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떠오른 ‘與 대북 쌀지원 제안’… 당정 소통 어디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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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적 성격이라면…” vs “北태도 변화없는데…”

한나라당 지도부가 정부에 대북 쌀 지원 재개를 공식 제의한 데 대해 여야 정치권은 한결같이 ‘인도적 지원’이라는 단서를 달아 찬성 의사를 나타냈다. 그러나 통일부 등 정부 내에서는 대북 제재를 더 유지해야만 북한에서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다는 반론이 거세 당분간 당정 간 이견 조율을 위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여권 “인도적 지원해야”

한나라당 지도부는 정부가 대북 전략 차원에서 쌀 지원 재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올해 안에는 남북관계가 풀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색된 남북관계 문제를 올해 안에는 매듭짓고 가기 위해 쌀 지원이 최선의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에 대규모 홍수가 발생해 농경지가 침수되고 식량난이 심화될 것이라고 한다”며 “홍수 피해의 회복을 위해 긴급하게 필요한 구호물자가 있다면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내에선 안 대표가 정부에 대북 쌀 지원 재개를 제의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을 읽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가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 재개에 찬성 의사를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 정부 “원칙을 지켜야”

정부와 청와대는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밝힌 대북지원에 대한 정부 방침은 변화가 없다”며 쌀 지원 재개에 부정적 태도를 나타냈다. 대북 쌀 지원은 정부 대북정책의 전환, 즉 일종의 ‘출구전략’을 의미하는 만큼 “출구전략을 거론할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해 온 정부로서는 북한의 태도 변화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대북 제재의 기조를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는 지난 정부까지 차관 형태로 이뤄져 온 대규모 식량 지원의 성격을 인도적 지원으로 바꾸고 △수혜국(북한)의 요청이 있고 △지원이 필요한 긴급한 사정이 있을 때 △분배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을 전제로 하겠다는 인도적 지원의 3대 원칙을 강조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대북 쌀 지원 재개는 정부 대북정책의 전환을 의미하며 당장의 대규모 쌀 지원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라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지적이다.

○ 일각에선 ‘대북정책 활용론’도

이런 정부의 원칙론에도 불구하고 쌀 지원의 대북정책 활용론도 만만치 않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북 지원 재개 문제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도 “쌀 지원이 북한의 태도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고려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청와대 내에는 지난해 9월 정부가 북한에 제안한 옥수수 1만 t 지원 카드가 지금도 비정부기구(NGO) 차원에서 계속 논의되고 있는 만큼 ‘민간 지원’이라는 형식을 빌려 남북관계의 물꼬를 틀 필요성을 거론하는 이들도 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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