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반환점 도는 이명박 정부]낙인찍기에 주요정책 발목 잡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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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감세, 삽질경제, 死대강, 일제고사…바른사회시민회의 분석

‘부자감세’ ‘영리병원’ ‘귀족학교’….

이명박 정부의 주요 정책을 반대하는 뜻이 함축된 용어들이다.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3일 현 정부 임기가 반환점에 이를 때까지도 주요 정책의 본질을 논의하기는커녕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까닭은 선동성이 강한 용어를 선점당한 데 따른 부작용이라고 진단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주요 정책마다 ‘정책 발표→선동용어 출현→논란 확산→정책 후퇴’ 등의 과정이 반복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 선동용어 등장하면 정책 후퇴

현 정부 출범 초기인 2008년 9월 5년간 25조 원대의 세금 감면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감세안이 발표되자 야당과 시민단체 등은 일제히 반발했다. ‘가진 자를 위한 정책’ ‘그들만의 수혜’라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인터넷과 군소 좌파신문에 ‘부자감세’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그러면서 연내 종합부동산세 폐지 정책은 백지화됐고 상속세와 증여세율을 낮추는 방안은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08년 3월 기획재정부가 대통령업무보고를 통해 영리의료법인 도입을 검토하고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하는 등의 의료개혁안을 내놓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공공성과 공익성이 훼손된다’, ‘한국은 재벌 보험회사가 돈벌이하기 좋은 나라’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영리병원’ ‘부자병원’ 등의 용어가 등장하면서 논의는 중단됐고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민영화를 검토하지 않으며 영리병원을 반대한다”고 발표했다.

자율과 경쟁을 통한 교육의 질 향상을 목표로 했던 교육개혁과 관련해서는 자율형사립고를 ‘귀족학교’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는 ‘일제고사’로 낙인찍어 반대하는 움직임이 거세게 나타났다. 정부는 자율고 선발 방식을 추첨제 선발로 바꾸고 사회적 배려 대상자 특별지원을 12%에서 20%로 늘렸다. 그나마 사회적 배려 대상자의 내신 제한은 상위 50%에서 아예 제한을 두지 않기로 해, 우수학생 선발인지 저소득층 지원 학교인지 설립 취지를 알 수 없게 됐다.

각종 개발사업을 싸잡아 비난하는 ‘삽질경제’나 ‘死대강 사업’, ‘재벌방송’ 등도 대표적 선동용어로 꼽힌다.

○ 소통 넓히고 본질 차분히 살펴야

진희경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책실장은 “선동적 용어가 등장하면 정책 본질이 뭔지 논의조차 사라지는 게 큰 문제”라고 밝혔다. 박효종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한두 마디 용어가 정책의 본질을 압도하는 현상은 ‘진정성’을 갖고 설득과 설명에 나서지 못한 정부가 일차적 책임을 져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문 정보는 들어도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많은데, 이때 ‘미친 소 정권’처럼 선동용어를 들으면 대중이 쉽게 용어의 마력에 빠져들고 본질을 외면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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