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 새 패러다임 ‘세대교체’]<2>진정한 세대교체 조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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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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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만 젊으면 개혁파냐” 콘텐츠 빠진 물갈이 우려 목소리

불거지는 ‘자격론’
“與서 계파 따라 ‘양지’좇다
쇄신론 앞세우며 수혜자로”
민주도 비리 전력 등 눈총

권력투쟁 넘어서려면
주류 극복할 비전 보여야
아니면 ‘친위대’ 전락할수도
일각선 ‘세대융합’ 내세워


“나이만 젊은 사람으로 바꾸는 것을 세대교체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

20일 한나라당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 의원(56)은 여야 정치권에 불고 있는 세대교체 바람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홍 의원뿐만 아니라 지난 주말부터 20일까지 동아일보 취재팀이 만난 여야 중진급 상당수가 ‘나이만을 잣대로 한 인위적 물갈이’에 대한 경계심을 표출했다.

물론 그 같은 반응들은 세대교체 열풍으로 인해 자신의 기반이 약해지거나 아예 교체의 대상이 되어 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위기감의 발로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정치권의 소장파 및 전문가 그룹에서도 현재 쇄신을 주장하고 있는 소장 개혁파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게 사실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세대교체 바람이 시대의 요구를 등에 업은 젊은 정치인이 투쟁을 통해 권력을 쟁취하는 과거의 세대교체와는 다른 방식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권력을 쥐고 있는 주류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젊은 정치인을 전면에 내세우는 ‘시혜적 세대교체’ 방식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그동안 젊은 정치인들 중 상당수가 ‘젊은 정치’ 대신 권력의 양지를 좇거나 계파 수장의 친위대로 행세하며 ‘구태 정치’에 앞장선 행태의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 있다.

○ 세대교체론 근본 한계는 인물난


이번 세대교체론의 근본적인 한계는 인물난에서부터 비롯된다. 여야에서 세대교체를 실현할 인물로 거론되는 인사 중 비전, 능력, 도덕성을 고루 인정받는 인사가 많지 않은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여권에서는 양지만을 좇아온 이들 중 일부가 교체론의 수혜자가 되고 있고 야권에서는 과거 여당 시절 부패에 연루됐던 인사들이 지도부와의 유대를 기반으로 전면에 서고 있다. 유권자의 심판으로 만들어진 쇄신 정국을 각 정치주체들이 권력투쟁에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기류 탓에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는 아직까지 당심(黨心)의 중심추가 세대교체 방향으로 쏠리지 않고 있다. 안상수 홍준표 의원 등이 젊은 당권주자들과 팽팽한 접전을 벌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쇄신론을 주도한 초선 의원 중 상당수는 당 개혁을 위한 충심을 앞세우고 있지만 이들 중 일부는 세종시 수정 논란 등 국가적 어젠다에서조차 철저하게 계파논리를 대변하는 한계를 드러낸 바 있다. ‘계파의 그늘’에서 권력을 향유했던 인사들이 포함된 탓에 초선발(發) 쇄신론 자체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의 세대교체론 역시 ‘당 쇄신’이라는 핵심은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권력심판과 견제를 위해 표를 준 것이다. 정권교체를 위해선 민주당도 변해야 한다’는 자성론이 나오고 있지만 변죽만 울리고 있는 상황이다. 비주류 측에서는 “정세균 대표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세대교체론이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중진인 천정배 의원은 최근 한 대담에서 “세대교체라면 새로운 비전을 내보여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방선거에서 세대교체 돌풍을 일으킨 광역단체장 당선자들과 젊은 소장 개혁그룹들 역시 민심과 당심의 폭넓은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일부 인사는 수뢰혐의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일부는 권력을 좇아 당과 소신을 바꾸기도 했다.

부산대 김용철 교수(정치학)는 “이번 세대교체론은 정치환경이 바뀌면서 그 흐름을 따라잡기 위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적 성격이 짙다”며 “세대교체를 이룰 진정한 리더십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별다른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진정한 세대교체의 요건은

진정한 세대교체는 국민과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흐름을 새로운 정치세력이 권력의 중심에 서서 정치적으로 구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젊은 정치인=깨끗한 정치’ ‘젊은 정치인=당파적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비전’이라는 등식이 성립되기 어려운 게 우리의 정치 환경이다.

경희대 윤성이 교수(정치외교학)는 “인물 교체론으로는 소모적 논쟁만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20, 30대가 여론 형성에 큰 영향력을 갖는 변화된 환경에 맞도록 정치 제도 개선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말 젊어져야 하는 것은 물리적 나이가 아니라 당의 이념과 정체성, 가치라는 목소리도 많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남경필 의원은 세대교체보다 ‘이념의 틀을 벗어난 보수가치 재정립’이 정치의 틀을 바꿀 수 있다며 ‘세대융합’을 강조하고 있다. 당권 도전을 선언한 정두언 의원도 “노장층과 협력해 당의 이미지를 젊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세대교체라는 시대적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당 구성원 전체가 뜻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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