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는 조여오는데… 갈림길 선 中 ‘천안함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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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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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방한 中 원자바오 총리 발언 주목

고조되는 국제여론
AP “부동자세 中점점 고립”

中“입장 변화 없다”
“한반도 동란땐 남북 큰 손해”

美“中도 결국 동조할 것”
“안보리 비난에 동참 시사”

원자바오 중국 총리(오른쪽)가 28일 한국을 찾는다. 그가 어떤 입장을 밝힐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원 총리가 지난해 10월 25일 태국 후아힌에서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담에서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원자바오 중국 총리(오른쪽)가 28일 한국을 찾는다. 그가 어떤 입장을 밝힐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원 총리가 지난해 10월 25일 태국 후아힌에서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담에서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천안함 사건의 정부 대처가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천안함 사건 이후 처음으로 원 총리와 이명박 대통령의 양국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어 원 총리가 어떤 식으로든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설명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29, 30일로 예정된 한중일 3국 정상회담에서도 천안함 사건은 핵심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 총리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에 대해서는 북한에 책임이 있다는 데 동조할 것이라는 견해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 미국 “중국도 동조할 것”

AP통신은 천안함 침몰사건과 관련해 북한을 비난하는 미국과 동맹국의 입장에 중국이 조만간 동조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고 미 정부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26일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중국은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해 북한에 책임이 있다고 얘기할 준비가 돼 있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공개 비난에 동참할 것을 시사했다”고 밝혔다.

또 이 통신은 원 총리가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을 비난하는 조치에도 동참할 가능성을 열어둘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다만 어느 정도의 수위로 비난할지는 불명확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도 26일 “천안함 사건은 중국의 북한에 대한 ‘충성도’를 시험하고 있으며 일부 중국 정부 관계자도 천안함 침몰의 배후로 지목되는 북한의 책임을 인정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7일 일본 NHK와의 인터뷰에서 “중국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자는 데 이해를 같이하고 있다”며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중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고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원 총리의 공식 방한을 계기로 중국과 긴밀한 협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중 “동란 우려”, 러 “100% 증거 필요”

장즈쥔(張志軍) 외교부 부부장은 26일 원 총리의 아시아 4국 순방에 관한 설명회에서 “현재 상황에서 한반도에서 동란이 발생하면 각 당사국, 특히 한반도의 남북 양측에 손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움직임에 반대 의사를 내비친 셈이다. 중국 고위 관료의 입에서 최근의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동란’이라는 표현까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 외교부도 26일 “전문가들이 조사자료를 검토 중”이라며 “천안함이 북한에 의해 침몰됐다는 100% 증거가 확보되기 전에는 유엔 안보리에서 천안함 사건을 다루려는 어떤 시도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도 원 총리가 한중일 3국 정상회담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책임을 인정하라는 한일 양국의 압력을 거부할 것으로 예상했다. 상하이(上海) 푸단(復旦)대 선딩리(沈丁立) 교수는 “중국은 한반도에서 분쟁이 발생하는 것을 피하고 싶어 하며 천안함 사건에서 한국을 지지하면 북한을 자극해 전쟁으로까지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국제사회의 압력에 곤혹스러운 중국

하지만 중국은 갈수록 높아지는 국제사회의 압력에 고민도 커지고 있다. AP통신은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이후 중국이 북한에 대해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는 한국과 미국의 요구를 외면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점점 고립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하이 국제문제연구소 궁커위(공克瑜) 연구원은 “중국이 계속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일부 아시아 국가가 역내에서의 중국의 영향력과 중국이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인지를 의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국제압력에도 불구하고 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중국의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당초 입장을 고수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마 대변인은 “천안함 사건은 매우 복잡하며 우리는 1차적인 상황에 대한 자료를 확보하고 있지 않다”며 평가분석 작업이 여전히 진행 중임을 강조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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