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드러난 미신고 계좌… 민노 ‘당비 의혹’ 증폭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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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교조-전공노 당원가입 수사

당비 받은 민노당도 불법… 檢, 수사 확대에는 신중

민주노동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앙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미등록계좌로 100억 원 이상의 당비를 받은 것이 드러나면서 불법 정치자금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일부는 또다시 선관위에 신고되지 않은 계좌로 이체된 정황이 나와 돈의 성격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찰은 2006년 12월∼2009년 10월 민노당 명의로 된 K은행 계좌의 출금명세를 확인한 결과 100억 원이 넘는 돈이 민노당의 공식 계좌(선관위에 신고된 계좌)로 여러 차례에 걸쳐 옮겨간 사실을 확인했다. 이 기간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조합원들의 3년간 이체 금액도 수천만 원에 이른다.

전교조와 전공노 조합원 등이 정기적으로 돈을 보낸 계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은 ‘불법 계좌’다. 검찰과 경찰은 미등록계좌를 통해 당비를 받은 것은 명백한 정치자금법 위반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수사 결과에 따라 오병윤 사무총장 등 민노당 회계책임자나 또 다른 민노당 지휘부에 대한 사법처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개정된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정당은 선관위에 신고한 등록계좌를 통해서만 정치자금을 관리할 수 있다.

민노당이 100억 원이 넘는 돈을 수년간 미등록계좌로 관리한 사실이 확인된 만큼 공당으로서 절차적 정당성을 어겼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검경은 “미등록계좌인지 몰랐다”는 민노당의 해명에 대해서는 오 사무총장 등 회계책임자 3명의 수사를 통해 밝힐 예정이다. 1998년부터 운용하며 정기적으로 당비를 받은 계좌인데 민노당이 선관위 등록 여부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있었다는 점은 의문이다. 특히 민노당의 해명과 달리 또 다른 비공식 계좌로 넘어간 돈의 행방도 풀어야 할 숙제다.

검찰은 전교조 교사들과 전공노 소속 공무원들이 민노당에 개인적으로 돈을 낸 행위를 주된 수사 대상으로 보고 있다. 돈을 낸 전교조 교사도, 돈을 받은 민노당도 정치자금법을 어겼고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현행 정치자금법상 개인이 정당에 정치자금을 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정당에 돈을 내고 싶다면 당원으로 가입해 당비를 내거나 선관위에 기탁금을 내는 등 2가지 방법만 쓸 수 있다. 이번에 수사를 받고 있는 전교조 교사 등은 당원으로 가입해 당비를 냈지만 정당법상 당원 가입이 금지돼 있기 때문에 범법행위가 된다.

다만 검찰과 경찰은 이번 수사가 민노당을 겨냥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이번 수사의 핵심은 전교조와 전공노 조합원들의 불법 정치활동 여부를 밝혀내는 것일 뿐 민노당의 정치자금은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가 이날 이 돈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선을 그은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이 관계자는 “정치자금 신고 절차를 위반한 것일 뿐 현재로서는 불법 자금이라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에 환수 대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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