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등장 지자체 홍보물 소속지역 설치 선거법 위반”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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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관위 유권해석… 지방선거 6개월 앞두고 논란
“현직은 지방선거 잠재후보
서울역-고속버스터미널 등
선거구 주민 왕래 잦은 곳도
간접홍보 우려땐 위법 소지”

전국 대도시의 지하철역, 버스터미널 등 공공장소에 전국 각지의 지방자치단체장이 직접 등장하는 지역홍보 광고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런 광고에 등장하는 도지사 시장 군수 등의 활짝 웃는 얼굴 아래에는 이름 석자가 쓰여 있다.

이와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7일 동아일보의 유권해석 의뢰를 받고 “지자체장의 소속 선거구 이외의 지역이라 해도 간접 홍보 우려가 있는 곳에 직접 등장하는 홍보물이 설치됐을 경우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구 외의 지역에 홍보물을 설치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선거법 위반은 아니다”며 “그러나 호남선 이용객이 빈번하게 오가는 용산역처럼 특정 지역 출신의 왕래가 많은 장소에 설치할 경우는 간접 홍보효과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자체장이 소속된 지역 관할 선관위가 홍보물의 설치 시기 내용 크기 등을 면밀하게 검토해 선거법 위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 180일 전부터 후보자 등장 홍보물이 금지된다. 내년 지방선거는 현재 177일 남았다. 중앙선관위는 “현직 지자체장의 경우 출마하지 않는다고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이상 잠재적 후보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역 등 주요 장소에 설치된 광고물들은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일 소지가 있다. 현재 고속버스터미널(센트럴시티)에는 정우택 충북지사가 등장하는 대형 게시물이, 호남선이 지나는 용산역에는 정읍 목포시장 등이 등장하는 광고물이 설치되어 있다. 충북선관위는 “고속버스터미널(센트럴시티)에 설치된 게시물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자체장들의 ‘CF 모델’ 활동은 “지자체장이 자기 지역 관광상품의 질(質)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라는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개인 홍보 수단으로 변질될 우려가 제기된다. 광고 효과 측면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숙명여대 경영학과 서용구 교수(마케팅)는 “낯선 도지사나 시장의 얼굴이 행인의 눈길을 붙잡을 수 있겠느냐”며 “광고 효과로는 최악의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고려대 언론학부 김민환 교수는 “지자체장의 얼굴이 그 지역의 어떤 이미지와 조화를 이루는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며 “과도하게 등장하면 혈세로 자기 홍보를 한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용산역 등 서울시내 3곳에 시장이 등장하는 홍보물을 설치한 J시의 경우 1곳에 월 440만∼660만 원씩 1년에 2억 원 가까이를 지불한다.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은 지자체장의 광고 출연을 금지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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