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 - 오송 - 오창 연계 ‘과학 밸리’로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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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닥잡은 ‘세종시 과학비즈니스 벨트’ 구상
대형 연구시설 - 외국기업 유치 ‘시너지’ 효과 기대
“행정도시 무산시키려는 카드” 충청권 부정적 반응

정부가 30일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의 건의 형식으로 세종시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유치하기로 사실상 확정함에 따라 세종시 수정안의 골격이 모습을 드러냈다. 송석구 민관합동위 공동위원장은 “과학비즈니스벨트의 거점이 세종시에 위치하면 그 영향은 벨트를 따라 다른 지역에 파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세종시와 과학벨트의 궁합은?

국토연구원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성공 조건으로 △대규모 터 △대학 연구소 기업 등을 갖춘 배후도시 △우수 인력 △교통 인프라 등 4가지를 꼽고 세종시가 이런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민관합동위에 보고했다.

정부는 이미 세종시에 7290만 m²(2205만 2000평)를 확보했다. 우수 교육기관 및 첨단기업이 있는 배후도시로는 대덕연구개발(R&D)특구와 오송생명과학단지, 오창과학산업단지가 인근에 있다. 세종시가 그 중간지점에 있어 인근 도시 간 시너지 효과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전국의 주요 거점도시와 경제자유구역,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과도 연계돼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고려됐다. 특히 세종시는 전국 어느 곳에서나 2시간 안에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른 지역보다 우수한 교통 인프라를 갖췄다.

세종시로서는 과학비즈니스벨트가 유치되면 도시를 성장시킬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과학비즈니스벨트는 우수 인력을 만드는 대학과 연구개발을 하는 연구소, 기술을 상용화하는 기업,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까지 파급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권역은 앞으로 20년간 생산은 212조 원, 고용은 136만 명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계산이다.

○ 과학벨트 어떻게 구성되나

과학비즈니스벨트는 2015년까지 200만 m²의 터에 3조5487억 원을 투입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이명박 정부의 과학 분야 최대 대선공약이지만 2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특별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뒤 제대로 심의조차 받지 못했다.

세종시에 과학비즈니스벨트를 조성하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초과학연구원과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위한 대형 연구 및 분석 장치인 중이온가속기연구소, 대형 연구시설 등이 들어서게 된다. 기초과학연구원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일본 이화학연구소와 같은 기초과학 종합연구기관으로 장기적으로 5개 연구단, 3000명 규모로 조성된다. 비록 중이온가속기 설치에 따른 고용 효과는 300∼400명에 불과하지만 노벨 물리학상의 20%가 가속기 기반 연구라는 분석에 비춰 이를 이용해 연구하고자 하는 유수의 과학자들이 세계 각지에서 몰려들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또 정부가 마련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특별법안에는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특별법에 없는 다양한 지원책이 담겨 있다. △외국투자기업 및 외국연구기관의 국세와 지방세 감면 △산업시설용지 조성 및 지원 △국공유 재산 사용 △외국교육기관 설립 및 운영 △국제고 등 외국인 교육여건 특혜 등은 앞으로 기업, 연구소, 대학을 유치하는 데 필요한 유인책들이다.

○ 지역과 야당 반발 등 걸림돌 많아

충청권은 “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가 행정 기능을 배제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상선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대표는 “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는 행정도시를 무산시키기 위한 카드”라고 지적했다. 조선평 행정도시사수대책위원장(연기군의원)도 “과학비즈니스벨트를 유치하면 좋겠지만 그 대신 세종시에서 행정 기능을 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민관합동위 일부 위원도 “세종시 인근에 과학비즈니스벨트를 유치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세종시 내에 들어서는 것은 원안 변경의 우려가 있어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를 노렸던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반발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를 선언한 곳은 대전 충·남북 대구 경북 인천 광주 강원 등이다. 이들 지자체는 “과학비즈니스벨트까지 세종시가 빨아들이면 이게 역차별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주장하고 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성공사례 꼽은 해외 2곳
獨드레스덴 첨단기업 1200개… 몰락한 도시 재건
美 RTP 연구소만 119개… 州고용의 22% 차지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의 모델로 삼은 독일 드레스덴과 미국 리서치트라이앵글파크(RTP)는 교육, 과학 중심 경제도시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드레스덴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됐고 동독 치하에서 경제적 몰락을 경험했다. 그러나 독일 정부가 주도해 기초과학 및 응용연구소 20여 개를 유치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그 결과 2000년 이후에는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6.8%에 이르는 과학도시로 변모했다. 현재 1200여 첨단기업에 4만3000여 명이 종사하고 있다. 특히 막스플랑크연구소에는 직원 1만2000명과 과학자 9000명이 연구를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노벨상 수상자도 다수 배출됐다.

RTP가 있는 노스캐롤라이나 주는 1950년대 1인당 주민소득이 미국 평균의 64%에 불과한 농업지대였다. 인근 대학을 졸업한 인재들도 취업을 위해 외부로 빠져나갔다. 이에 주정부는 반경 15km 내의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와 듀크대, 노스캐롤라이나대의 삼각지대 중심에 첨단산업과 연구단지를 조성했다. RTP에는 연구소 119개, 첨단기업 170여 개, 지원기관 90개가 입주해 있고 관련 종사자만 4만여 명에 달한다. 이는 주 전체 고용의 22%에 달한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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