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도발-보상 반복하는 北 과거 패턴 종식시킬 것”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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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즈워스 방북 전망
‘6자 복귀 촉구’ 제한적 임무, 핵 포기때 혜택도 설명할 듯
北 ‘조건부 복귀’ 제안하면 5자 협의 후 다시 만날수도


“이젠 정말 북한의 결단만이 남았다.”

정부 당국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사진)의 방북 일정을 12월 8일로 밝힌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비핵화를 결심해 번영의 길로 갈지, 핵개발로 자멸의 길을 취할지는 북한 손에 달렸다는 뜻이다.

○ 오바마 행정부 첫 북-미 대화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2차 핵실험 등 잇단 도발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에 직면한 북한이 이번에 태도를 바꿔 국면 전환의 돌파구를 만들지가 관심사다.

하지만 북한이 이번 첫 번째 북-미 접촉에서 갑자기 돌변해 별다른 조건 없이 6자회담에 복귀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대화에 임하는 미국의 자세도 그리 녹록지 않다. 보즈워스 대표의 임무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는 ‘제한적’ 성격을 갖고 있다.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1999년 5월),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2002년 10월),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2007년 12월) 등 북한과 직접 협상을 목표로 나섰던 과거 미국 정권의 대통령 특사들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보즈워스 대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 얻을 수 있는 혜택, 또는 핵개발을 지속할 때 치러야 할 대가에 대해 설명하고 북측의 요구사항을 청취한 뒤 본국에 보고하는 역할만 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북한이 이번 북-미 접촉에서 6자회담 복귀 신호를 보이면 지난해 12월 11일 제6차 6자회담 3차 수석대표 회동 이후 중단된 6자회담이 내년 초에 재개될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거부한다면 강도 높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향후 절차 및 북-미 대화 변수

미국 정부는 조만간 공식적으로 보즈워스 대표의 방문 기간과 목표, 대표단 명단 등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나름대로 북-미 대화 개최 사실을 공표하고 목표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내부 주민들에겐 ‘갑작스러운’ 북-미 대화의 진행을 사전 예고하는 절차인 셈이다.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 일정 자체는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보즈워스가 평양에 사나흘 머무나’라는 질문에 “그렇게 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대표단의 목표와 임무가 명확한 만큼 북한의 진심을 확인하는 절차를 실무적으로 밟는 형식이 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시간이 자신들의 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며 “한미 양국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일방적인 주장을 되풀이한다면 굳이 북한과의 대화에 매달리지 않고 제재를 강화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뭔가 애매한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보즈워스 대표의 카운터파트이며 북한 핵문제를 외교 분야에서 관장하는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일부 조건을 내세우며 6자회담 복귀 카드를 꺼내거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보즈워스 대표를 만나 거부하기 쉽지 않은 제안을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5자는 서로 협의를 거쳐 한 차례 정도 더 북-미 접촉을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을 가능성이 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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