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피랍 북한선원 28명 어떻게 될까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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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내고 석방? 싸워서 해적제압?

10년 군복무… 지휘체계 탄탄
2007년 해적들과 총격전
2명 사살-5명 생포한적 있어
몸값 협상 나설 가능성은 희박


16일 북한 선원 28명이 탄 화물선이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에게 납치됨에 따라 사태의 전개 추이와 북한의 대처 방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피랍 선박의 선장은 총상 후유증으로 사망했으며 배는 하라드헤레로 향하고 있다고 18일 로이터통신이 소말리아 해적과의 통화 내용을 인용해 보도했다. 하라드헤레는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북쪽으로 400여 km 떨어진 항구도시로 해적들의 본거지로 알려져 있다.

정신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잘 단련된 것으로 소문난 북한 선원들이 해적에게 당하고만 있을 것인지와 북한 정부가 자국민을 위해 몸값을 지불할 것이냐가 초미의 관심사다.

2007년 10월 북한 대홍단호가 소말리아 해적을 총격전 끝에 제압한 사건은 북한 선원들의 ‘용맹’을 세계에 널리 알린 계기였다. 당시 북한 선원들은 배를 장악한 7명의 해적 중 2명을 사살하고 5명을 생포했다. 해적에게 탈취당한 배를 전투 끝에 되찾은 첫 사례였다. 대홍단호 선원들은 당시 생포한 해적 5명을 바다에 수장시키지 않고 케냐 법원에 인도하는 조건으로 해적 1인당 10만 달러의 몸값을 요구했다는 첩보도 있었다. 사실이라면 거꾸로 해적을 붙잡아 몸값을 요구한 첫 사례다.

올해 9월에도 소말리아 해역에서 북한 화물선이 해적들의 공격을 화염병으로 격퇴했으며 5월에는 한국 문무대왕함의 도움으로 다박솔호가 해적을 따돌린 사례도 있었다. 이번 역시 북한 선원들이 호락호락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 같다. 상황에 따라서는 배에서 육박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북한에선 포로가 되는 것은 크나큰 수치다. 해적에게 당하고 돌아가면 처벌이 불가피하지만 싸우다 희생되면 남은 가족의 모든 생계는 북한 당국이 책임져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북한 선원은 다른 외국인 선원과 달리 대다수가 10년 군복무 경력자들이다. 28명으로 구성된 조직이라면 평소 선장이나 당 비서, 보위지도원을 지휘관으로 해 군사훈련을 받으며 지휘체계도 군이나 마찬가지로 잘 이뤄져 있다. 또 이들이 외국의 화물선에 파견을 나와 탈 정도라면 개개인 역시 준비가 잘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해적들이 초기 급습에 성공해 각개 제압한 뒤 선실에 가두면 이들이 저항을 해서 빠져나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또 피랍 선박이 북한 국적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 선원들이 목숨까지 걸면서 저항하지 않을 수도 있다. 화물선이 북한 선박도 아닌 데다 선원들의 석방을 위해 북한 정부가 돈을 대는 일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피랍 선박은 싱가포르에서 운영되는 버진아일랜드 선적 화학물질 운반선이라는 것 외에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통상적으로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되면 선주 측에서 해적과 접촉해 몸값을 지불하는 것이 관례다.

한편 피랍된 선원들이 정말 북한 국적인지는 재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북한이 외국에 노동력을 파견하기는 하지만 외국 선박에 선원을 파견한 사례는 아직 알려진 바 없기 때문이다. 또 선박 운영주체와 실린 화학물질의 종류도 앞으로 밝혀져야 할 사안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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