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막는 靑… 언론통제? 내부통제?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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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관실별 공보담당관제 추진… 참모들엔 함구령

靑 “정보 투명성 높일 필요”… 수석들-기자 통화도 제한
세종시 등 밀착취재에 민감… 창구 단일화 취재제한 우려


청와대가 비서관실별로 공보담당관제를 도입해 언론 대응 창구를 단일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보 전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자칫 언론 취재를 제한하는 조치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1일 “비서관실마다 선임행정관 이하 직급에서 한 명씩 32명의 공보담당관을 선발하기로 했다”며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재가가 나면 이달 중순부터 운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참모들이 개별적으로 언론 대응을 하다 보면 답변이 고르게 나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시스템을 바꾸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공보담당관은 언론에 해당 비서관실과 관련한 보도가 나오면 사후적으로 기사의 사실 여부를 대변인실에 알려주거나 언론에 설명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 창구의 일원화와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공보담당관이 전적으로 언론 대응을 맡게 되면 수석이나 비서관 등에 대한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접근이 차단돼 결과적으로 사전 취재마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이번 조치는 청와대가 지난주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등 취재원 비실명 보도를 중단해달라고 요구한 직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취재 제한 의도를 담지 않았느냐는 관측이 적지 않다. 청와대 홍보라인에서조차 공보담당관제를 도입하면 수석이나 비서관 등 다른 참모에 대한 언론 접근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실제로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고위급 참모들은 이미 지난주부터 기자들의 전화를 아예 받지 않거나 답변을 피하고 있다. 기자들과의 면담 약속을 파기하는 사례도 있다. 홍보라인의 한 참모는 “(대변인실의 공식 브리핑이 아닌) 사설 브리핑에 대해 위에서 워낙 민감해져 있다. 이해해 달라”며 전화를 끊었다. 정무라인의 한 관계자는 “수석이나 비서관은 기자들과 통화하면 안 된다는 지침이 내려왔다. 대변인실로 물어보라”며 양해를 구했다. 최근 정정길 대통령실장 주재 회의에서도 민감한 현안에 대해선 참모들이 언급을 피하라는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대통령의 비공개회의 발언에 대해서는 ‘절대 함구령’이 떨어졌다고 한다. 이에 대해선 현재 기자들의 경내 출입을 막고 있는 상황에서 통화마저 봉쇄하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의 언론 기피증은 세종시 처리 방안이나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이 운영하는 효성그룹 수사 문제 등과 관련한 밀착취재가 늘면서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내에선 관련 보도가 나올 때마다 익명의 제보자(딥 스로트·Deep Throat)를 찾기 위해 감찰팀을 가동하거나 수석실끼리 ‘네 탓’ 논란을 벌이며 공을 떠넘기기도 했다.

일각에선 취재 제한이 오히려 정보 흐름을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언론이 청와대 내 다양한 정보와 의견을 접하지 못하면 특정인의 견해가 마치 전체 의견인 것처럼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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