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성의만 보인 北… 최대한 해석해준 南

  • 입력 2009년 10월 15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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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임진강 수해 유감 표명

사과 - 명시적 조의 표시 없어
北 “방류때 사전통보” 되풀이
南, 사고경위 추궁않고 넘겨

남북한은 14일 임진강 수해 방지를 위한 남북 실무회담을 1시간 35분 동안 열었으나 임진강 참사에 대한 북한의 유감 표명 외엔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이 때문에 이번 회담은 남북이 16일 적십자회담 실무접촉에서 현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에 앞서 대화의 걸림돌을 제거하는 사전 정지작업용이 아니었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 “인명 피해 유감” 외엔 큰 진전 없어

지난달 6일 임진강 참사가 발생한 이후 북한 당국자가 남한의 인명 피해를 언급하며 유감을 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북측은 지난달 8일 이후 남측의 거듭되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사과’라는 표현은 끝내 사용하지 않았다. 남측 대표단에 따르면 북측은 명시적으로 유가족들에게 조의(弔意)를 표하지도 않았다. 다만 인명 피해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 뒤 “유가족들에게 전해 달라”고 말했고 남측 당국자는 이를 “조의를 표시한 것으로 알겠다”고 하니 북측이 “그렇게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날 북측이 전한 사고 원인도 지난달 7일 남측에 보낸 통지문의 내용보다 오히려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측은 사고 직후 “댐의 수위가 높아져 방류했다”고 밝혔지만 이번에는 “더 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했다”고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앞으로 방류 전에 통보하겠다는 약속도 사고 직후에 했던 것을 되풀이한 것이다.

이 같은 북측의 답변에 남측 대표단은 더 정확한 사고 경위를 추궁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남측이 사건의 진상 규명보다는 북한과의 향후 관계 개선을 더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남한 여론 달래기 위한 연출된 만남?

정부 당국자들도 북한의 태도와 언급을 아전인수(我田引水) 식으로 과대평가하는 기색이 엿보였다. 통일부 당국자는 14일 오전 11시에 시작된 회담이 1시간 20분 만에 끝나기 무섭게 “북측이 사과한 것으로 본다”고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이를 토대로 오후 브리핑에서 “우리가 실무회담을 제안하자 북측이 바로 받아서 회담에 임했고 (임진강 참사에 대해) 사과했기 때문에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 북측이 우리와의 관계를 잘 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런 탓에 양측이 사전 조율 또는 교감을 통해 북측의 유감 표명을 공식화하는 수준에서 이번 실무회담을 열기로 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남측으로서는 남북 대화의 진전과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해 북측의 ‘성의 있는 자세’가 먼저 필요한 형편이었고 북측도 ‘남한 여론 달래기’ 차원에서 남측의 요구를 최소한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 공유하천 이용 원칙과 방법 구체화

정부가 임진강 수해를 방지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공유하천 공동이용을 제도화하기 위해 북측과 협의를 지속하기로 한 것은 나름대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남측 수석대표인 김남식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은 “방류 전 통보 문제를 북측이 의외로 쉽게 수락해 오후 2시 반에 시작한 오후 회담이 15분 만에 빨리 끝났다”고 전했다. 양측은 조만간 판문점 적십자 채널을 통해 다음 회담 일정을 잡기로 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남북 공유하천에서의 피해 예방과 공동이용 제도화를 위한 3원칙’을 제시했다. 김 국장은 “합리적이고 공평한 이용과 상호 협력, 신뢰의 원칙은 국가 간 공유하천 이용의 일반적인 규칙”이라며 “이런 원칙을 토대로 임진강 참사와 같은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라고 소개했다.

이번에 통일부가 제시한 공유하천 이용 3원칙은 ‘개성공단 발전을 위한 3대 원칙’(6월 19일)과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한 3대 원칙’(8월 26일)에 이은 ‘3원칙 시리즈’ 3탄이다. 정부가 남북대화 때마다 현안 해결을 위한 세 가지 원칙을 강조하는 것은 학자 출신인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아이디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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