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관계개선’ 진정성 있다면 水防회담 응하라

  • 입력 2009년 10월 13일 02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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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어제 임진강 수해(水害)방지를 위한 실무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인도주의 현안 협의를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을 하자고 북한에 제의했다. 두 가지 다 남북이 서둘러 만나 해결책을 찾아야 할 현안이다. 이틀 전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은 물론 한국 일본과의 관계도 개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원 총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10시간가량 만났다”며 북한의 관계 개선 의지를 강하게 느꼈다고 설명했다. 중국 총리가 전한 김 위원장의 남북 관계 개선 의지가 진심이라면 남북 현안 해결을 위한 대화를 먼저 제의했어야 옳다. 우리가 제의한 대화에 흔쾌히 응하는 것이 언행일치다.

남북은 2000년 1차 정상회담 이후 여러 차례 임진강 수해방지 문제를 논의했다. 2007년 4월 13차 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는 ‘임진강 수해방지에 관한 합의서’를 채택하기로 의견을 모으는 단계까지 진전됐다. 지난달 북한의 황강댐 무단방류로 우리 민간인 6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해 임진강 수해방지 대책은 더 미룰 수 없는 형편이다. 북한이 “많은 물을 방류할 경우 사전 통보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려면 실무 절차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추석 때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져 남과 북의 상봉 신청자 196명이 꿈에 그리던 혈육을 만났지만 대다수 이산가족들은 기회를 잡지 못해 눈물을 흘렸다. 남측의 경우 8만7580명의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들이 대부분 고령자여서 하루에 10명꼴로 세상을 떠난다. 북한 상황도 비슷할 것이다. 민족끼리를 말하려면 이산가족의 한부터 풀어주어야 한다.

적십자회담이 재개돼 이산가족 상봉의 돌파구가 마련되면 대북(對北) 식량지원 등 다른 인도적 현안도 해결할 수 있다. 북한은 1일 남한으로 귀순한 주민 11명의 송환을 4차례나 요구했다. 억지를 부릴 것이 아니라 남북 당국이 입회한 가운데 귀순 의사를 확인하면 될 일이다.

이번 회담 제의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남북 공통현안을 대화로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북한이 기본적인 남북 현안 해결에 성의를 보여야 북-미 또는 다자대화의 진정성도 인정받을 수 있다. 북한이 남북회담을 거부하면 국제 제재로 인한 곤경을 피하기 위해 국제사회를 상대로 거짓말을 하는 데 중국 총리를 이용한 모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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