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美대사관 근무때 ‘DJ-美정부 메신저’ 역할

  • 입력 2009년 8월 13일 02시 59분


12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입원 중인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세브란스병원을 찾은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왼쪽). 연합뉴스
12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입원 중인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세브란스병원을 찾은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왼쪽). 연합뉴스
■ 스티븐스 美대사, DJ 병문안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가 12일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입원한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을 찾아 DJ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위로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병문안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미국 정부를 대표해 왔다”며 “많은 미국인은 민주화와 평화를 위해 헌신을 아끼지 않은 김 전 대통령의 조속한 쾌유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대통령과 이 여사는 나와 미국인들의 오랜 친구이자 동지”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스티븐스 대사와 DJ, 그리고 이 여사의 인연은 각별하고 오래됐다.

스티븐스 대사는 ‘서울의 봄’이 있었던 1980년 주한 미국대사관 정치과에서 근무를 시작해 1989년까지 한국에서 근무했다. 특히 미국대사관 정무담당관(1984∼1987년) 시절 1987년 6월 민주항쟁 등을 지켜보면서 DJ를 비롯한 당시 야당 정치인들을 각별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스티븐스 대사는 당시 한국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대통령 직선제가 불가피하다고 봤다”며 “DJ가 미국 정부와 가까워지도록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당시 DJ 측 인사로 스티븐스 대사를 접촉했던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는 “스티븐스 대사가 당시 재야인사들에게 호의를 갖고 접근해 재야인사들 사이에서 ‘미국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쑥 들어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지난해 주한 미국대사로 취임한 뒤 DJ의 서울 마포구 동교동 자택을 직접 방문해 취임인사를 했다. 4월엔 이 여사와, 이 여사가 만든 봉사단체 ‘사랑의 친구들’ 간부들을 서울 중구 정동 주한 미국대사관저로 초청해 다과회를 갖기도 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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