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팀 ‘막을 수 없었나’

  • 입력 2009년 5월 23일 21시 03분


23일 오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저 뒷산에 올랐다 바위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은 비극적 상황을 놓고 그를 수행해왔던 경호원들이 물리적으로라도 '극단의 선택'을 막을 수는 없었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호 전문가들에 따르면 통상 노 전 대통령 같은 VIP가 사저를 나갈 경우 경호팀이 규정에 따라 대형과 형식을 갖춘 경호를 하는데 이날 산행은 일정에 따른 공식 행사가 아니어서 단순 외출에 따른 약식 경호를 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경우에도 관례적으로 경호원 여러 명이 VIP의 뒤편에서 1.5¤3m의 거리를 유지하며 수행하지만 현재까지로는 이날 노 전 대통령의 수행에는 경호원 1명만이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행에 나선 경호원은 VIP의 뒤편에서 돌발 상황 등 만일의 사태를 예의주시하면서 적극적인 경호에 나서는 데 투신을 감행한 노 전 대통령의 경우처럼 거리를 둔 상태에서 돌발 행동을 했다면 경호원이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라는 게 경호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전직 청와대 경호처 관계자는 "보통 사람이 상황에 대해 반응을 하는 인체반응시간을 0.3초로 보는데 당시 수행에 나섰던 경호원이 순간에 난 일을 미연에 막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불가항력적인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학 경호학 전공 교수도 "사저에서 아침에 나가는 것이라 아마 경호원이 1명만 나갔을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이 (자살을) 결심했고 유서까지 쓰고 간 것으로 알고 있는 데 경호원이 그를 막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계속된 검찰 수사에 대한 부담감 속에 며칠 전부터는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사저 집무실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등 괴로움을 직간접적으로 보여 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른 새벽에 이례적인 산행에 나선 노 전 대통령의 경호에 1명만이 동행한 것이 과연 적절한 조치였나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비서관과 경호원 등에 따르면 동행한 경호관의 경우도 노 전 대통령이 홀로 사저를 나가자 급히 뒤를 따라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전직 경호처 관계자는 "(경호원들은 VIP가 나가기 전) 사전안전 답사를 해야한다"며 당시 경호 상황이 부적절했을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VIP가 작정을 하고 간 것이라 측근 경호원들을 배제하고 못 따라오게 했을 수도 있다. 경호원들은 VIP의 의중을 참작해서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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