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에 글로벌호크 팔겠다” 공식 확인

  • 입력 2009년 5월 23일 02시 59분


盧정부땐 “불가”… 李정부 동맹복원 움직임에 화답한 듯
軍, 구매연기… 일각 “전작권 전환 대비 빨리 도입해야”

미국이 노무현 정부에서 판매 불가를 고수했던 고고도(高高度) 무인정찰기(UAV) 글로벌호크의 한국 판매를 결정했지만 정작 군 당국이 도입 연기를 결정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14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22차 한미 안보정책구상회의(SPI)에서 미 국방부는 글로벌호크를 한국에 판매하겠다는 최종 방침을 전달했다. 미국 측은 지난해 SPI와 한미 국방장관회담 등에서 글로벌호크의 판매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판매 방침을 공식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 측은 “한미동맹의 공고한 신뢰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른 시일 내에 글로벌호크의 제안요구서(LOR)를 전달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의 이런 태도는 노무현 정부 때와 확연히 비교된다. 국방부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 독자적인 대북 정보수집 능력을 갖추기 위해 2005년 6월 미국에 글로벌호크의 구매 의사를 최초로 전달했다. 하지만 미국은 핵심기술의 유출 우려 등을 들어 난색을 표했다. 이후에도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관계자들이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등을 통해 거듭 도입 의사를 밝혔지만 미국은 요지부동이었다.

미국이 글로벌호크의 판매 불가를 고수한 것은 노무현 정부 시절 껄끄러웠던 한미관계가 주된 원인이었다. 군 관계자는 “당시 미 국방부에는 ‘동맹’보다 ‘민족’을 앞세운 한국정부에 첩보위성급의 전략정찰무기를 판매해선 안 된다는 여론이 팽배했다”고 말했다. 미국을 설득하는 데 실패한 군 당국은 2006년 7월 글로벌호크의 도입 계획을 당초 2008년에서 2011년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에서 정권이 교체된 뒤 동맹 복원에 나서자 미국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제18차 SPI에서 ‘판매 가능’ 의사를 처음으로 밝혔고, 같은 해 10월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글로벌호크의 한국 판매에 우호적”이라고 언급한 데 이어 이번에 최종 판매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이번엔 한국군이 글로벌호크 도입 시기를 2015년으로 다시 연기했다. 그 대신 중고도 무인정찰기를 자체 개발하기로 사실상 방침을 바꾼 것이다. 군 수뇌부는 한미동맹이 복원돼 전작권 전환 후에도 미국에서 대북 정보를 충분히 받을 수 있다며 글로벌호크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고도 무인정찰기의 개발 배치는 2015년에나 가능하고, 전작권 전환 이후 미국이 대북 정보를 완벽하게 제공할지 장담할 수 없는 만큼 글로벌호크의 도입을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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