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리더십 흔들… 친이-친박 갈등 표면화 가능성

  • 입력 2009년 4월 30일 02시 57분


안도하는 민주 지도부4·29 재·보궐선거 개표가 시작된 29일 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민주당 당사에 마련된 선거상황실에서 박병석 정책위의장(왼쪽)과 최고위원들이 개표 상황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안도하는 민주 지도부
4·29 재·보궐선거 개표가 시작된 29일 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민주당 당사에 마련된 선거상황실에서 박병석 정책위의장(왼쪽)과 최고위원들이 개표 상황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나라 전패… 정국 초특급 태풍 몰아칠 듯
票로 확인된 민심… 이명박정부 국정쇄신 불가피
민주 승리로도 볼수 없어… 정동영 싸고 ‘내전’ 예고

4·29 재·보궐선거의 결과는 여당 전패(全敗)였다. 5곳의 국회의원 재선거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1년 2개월, 지난해 총선 후 1년 만에 치러진 전국 단위 선거였다. 이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5 대 0’이라는 최악의 스코어를 기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여당의 권력지형과 집권 2년차를 맞이한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 크고 작은 변화가 몰아칠 전망이다. 그렇다고 민주당의 승리로 볼 수도 없다. 민주당이 여야 대결의 장이었던 인천 부평을에서는 이겼지만 ‘텃밭’인 전주 2곳을 모조리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무소속 연대’에 내줬기 때문이다.

○ 한나라당 리더십 흔들

한나라당은 당장 박희태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게 됐다. 박 대표가 원외인사로 재·보궐선거를 진두지휘했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는 박 대표의 원내 조기입성 여부를 가늠하게 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이기도 했다. 박 대표의 퇴진론이나 최고위원 동반 퇴진론이 불거질 수 있다. 그러나 조기 전당대회를 치를 경우 당내 계파 갈등이 노골화돼 여당이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대안 부재’ 얘기도 나온다. 다만 당 내에서는 “공천 실무 책임자에 대한 문책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 간에 잠복해있던 갈등이 수면 위로 급부상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당장 친이계와 친박계 간 ‘대리전’에서 이긴 친박계 무소속 정수성 후보의 입당 문제를 놓고 계파 간 힘겨루기가 벌어질 수 있다. 정 후보는 선거 초반부터 “당선되면 당장 한나라당에 입당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상득 의원이 자신의 측근인 정종복 후보를 단 한 차례도 공개 지원하지 않았고, 박근혜 전 대표도 정수성 후보에게 일정한 거리를 둬 왔다는 점에서 양측의 갈등이 노골화될 가능성이 적다는 관측도 있다. 계파갈등이 불거지는 것은 양측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양측 모두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 민주당 내전(內戰) 본격화 조짐

민주당도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정 전 장관이 호남에서 가진 ‘절대적’ 영향력이 확인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기반이 동요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또 정 전 장관의 복당 문제를 둘러싸고 주류 측과 비주류 측의 길고 긴 내전(內戰)으로 돌입할 공산이 크다. 재·보선 과정에서 조기전당대회론이 불거져 나올 만큼 비주류의 반발이 거셌다. 비주류 측 의원들은 부평을에서 승리한 직후에도 “전주 두 곳 패배는 의미가 큰 만큼 정세균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이 선거 과정에서 ‘친노, 386 척결’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검찰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상황에 따라서도 주류 측의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정 대표는 ‘수도권 1승’을 내세워 방어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부평을에서의 승리를 배수진으로 쳤던 그는 5월 1일경 기자회견 등을 통해 “부평을의 승리는 민주당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이다. 민주당에 몸을 두고 마음은 무소속 연대에 두려 한다면 해당(害黨) 행위가 될 것이다”라면서 정 전 장관 측과 교감하고 있는 당내 비주류를 향해 선제공격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청와대의 돌파구는?

이번 선거 결과는 청와대의 국정운영 기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재·보선 패배는 대선과 총선을 거치며 10년 만의 보수정권 출범에 힘을 실어줬던 민심(民心)에 변화가 있음을 표로 확인시켰다. 집권 2년차를 맞은 현 정부의 정국 운영은 적잖게 동력을 잃게 됐다. 경제 악화가 둔화되면서 경제지표상으로 회복의 기미가 보이고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40% 가까이 오르면서 ‘개혁 드라이브’를 세게 걸려던 당초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당장 교육개혁, 공기업 구조조정 등에서 완급조절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의 완패는 청와대 2기 비서진 개편과 개각 논의를 앞당길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당 지도부에 대한 개편이 청와대 비서진과 개각의 인적 수급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청와대 비서진 개편이나 개각에 대해 논의가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여당의 완패가 개각 논의를 촉발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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