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PSI 참여 지금이 적기냐”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4월 16일 02시 58분



정부, 효과 극대화 시기 따지다 오락가락 ‘망신’

정부가 15일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발표를 갑자기 연기한 것을 두고 정부 안팎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정부 관계자는 “관계국과의 협의 등 준비가 덜 됐다”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선 뭔가 공개하기 어려운 속사정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대통령, “지금이 적기(適期)냐?”=PSI 전면 참여 발표 시점이 연기된 데는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관계부처장관회의에 들른 이명박 대통령의 문제 제기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PSI 참여 문제를 주도해 온 외교통상부 당국자들은 “지금이 PSI 참여 선언의 적기냐”는 이 대통령의 지적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문제 제기는 PSI 참여 자체를 재검토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적절한 시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PSI 문제는 참여하겠다고 북한에 ‘으름장’을 놓을 때 효과가 있지, 참여 선언을 하고 나면 더는 유용한 ‘카드’가 아닌 만큼 좀 더 전략적인 관점에서 적절한 시점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15일은 북한의 최대 명절로 일컬어지는 김일성 주석의 생일(태양절)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북한이 “한국의 PSI 참여는 선전포고”라며 강경한 대응을 예고한 터에 ‘잔칫날 재 뿌리기’ 식으로 이날 PSI 참여를 선언해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규탄 성명에 대해 국제사회와의 정면대결을 선언한 북한을 연거푸 옥죄는 조치를 내놓을 경우 한반도 긴장이 걷잡을 수 없이 고조될 수 있다.
아울러 북한 당국에 억류돼 있는 현대아산 개성사업소 직원 A 씨와 미국인 여기자 2명의 신변 안전에 미칠 영향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A 씨의 귀환 문제에 대해 “중국 등 북한에 상주공관을 둔 다른 나라들을 통해 우회적으로 외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세련되지 못한 가입 시기 조율=정부로서는 PSI 참여가 남북 현안에 미칠 영향들을 복잡하게 계산했겠지만 발표를 예고했던 당일 연기를 허겁지겁 결정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지난달 말부터 PSI 참여 선언을 예고해 온 정부의 신뢰성이 의문시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정부는 “PSI가 북한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해 왔지만 결과적으론 PSI 참여를 놓고 북한의 눈치를 보는 듯한 태도를 드러낸 셈이다.
그동안에도 정부는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되풀이했다. 유명환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0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PSI 전면 참여 문제를 검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PSI 참여를 기정사실화했다. 하지만 막상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뒤에는 참여 발표를 머뭇거렸다. 또 정부는 14일 “관계국과의 협의가 다 끝났다”고 밝혔지만 불과 하루 뒤엔 “아직 내부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엇박자를 드러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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